캐스팅 보트 ‘충청’에서 과반 압승…이재명 측 “결선 없이 본선 갈 가능성 밝게 열려”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역대 대선의 스윙보트 역할을 해왔던 충청지역에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의 첫 지역순회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압도적 선두임을 입증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대전·충남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더블 스코어로 앞선 데 이어 5일 진행된 세종·충북 경선에서도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며 충청지역 누적득표율이 54.72%를 기록했고 이 전 대표는 누적득표율이 30%선에도 못 미치는 28.19%에 그쳤는데, 특히 충북지역의 경우 이 지역 국회의원 5명 중 4명이 이 전 대표에 힘을 싣고 있었던 데다 지난달엔 민주당 광역·기초의원 74명이 이 전 대표 지지를 표명하는 등 지방의원 상당수가 이 전 대표로 쏠렸던 만큼 충북에서마저 참패하게 된 데 대해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심지어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유권자 1003명에게 조사해 6일 발표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홍준표 의원(13.6%)에도 밀려나며 4위(11.7%)를 기록했는데, 그래선지 전날만 해도 “앞으로 남은 일정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던 이 전 대표는 당초 공지했던 오후 일정도 모두 취소하고 캠프 관계자들과 긴급 전략 회의에 들어갔다.
반면 이 지사는 “득표율이나 지지율에 연연하기보다 기대치에 맞게 제가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마음으로 앞으로도 임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는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도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네거티브가 서로 상처를 주고 단결하지 못하게 해 본선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게 당원과 지지자들의 걱정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이런 상처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당내 조직력에서 밀릴 것으로 점쳐졌던 바와 다르게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누적 득표율 55.12%라는 과반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 지사 측은 과반 없이 결선투표를 치를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감추진 못했는데, 우원식 의원은 결선 투표 없이 본선으로 갈 수 있을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제 가능성이 밝게 열려있다. 충청에서 얻은 기대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나갈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또 우상호 의원도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압승에 대해 “권리당원 투표는 전체적인 민심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기 때문에 권리당원 투표 결과와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유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상당한 대세론이 바닥에 형성되어 있는 것 아닌가”라며 “조직이 센 것도 큰 흐름에서 크게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도덕성이나 자질, 공약 이런 것도 다 보겠지만 본선은 경쟁력을 제일 크게 보고 있는 게 아니냐. 중립지대에 있던 분들이 밴드왜건 현상이 생겨서 본선 경쟁력이 제일 강한 후보 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드러났다”며 “이 전 대표의 네거티브 전술이 패착이었다는 게 드러났고 지금은 전술을 수정할 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자 이 전 대표의 고향이기도 한 호남지역 경선이 오는 25~26일 예정되어 있어 역전극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해서도 우원식 의원은 “권리당원이 80만명이고 선거인단이 200만명인데 권리당원은 조직력보다 국민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여기에 이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의 호남 지지율은 40.6%를 기록한 반면 이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이전 조사 대비 17.1%P나 하락한 18.6%에 그쳤다는 점에서 과연 반전을 노릴 수 있을지 미지수인 실정이다.
이 기관이 발표한 범진보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도 이 지사는 29.8%를 기록한 반면 이 전 대표는 그보다 10%P 이상 낮은 18%를 얻는 데 그쳤는데, 민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정할 경우 이 지사는 55.6%, 이 전 대표(26.8%)의 2배가 넘어 만일 오는 11~12일 대구·경북 및 강원 지역 순회경선과 1차 슈퍼위크에서도 과반 압승을 이뤄낸다면 이 지사가 내달 10일 1차 경선에서 곧바로 본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한층 커지게 된다.
200만명에 이르는 선거인단 가운데 약 64만명의 표심이 12일 있을 슈퍼위크에서 공개되기 때문인데, 이 지사는 압승을 위해 당내 주류인 친문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려는 듯 이날 원주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진 강원지역 공약발표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이 구상하는 정부가 다른 점이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일부러 차별을 둘 필요도 없고 더 나은 정부가 돼야 한다는 목표는 있다”며 “같은 민주당, 철학과 가치를 나누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더 나은 정부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해 과연 이 같은 러브콜이 결선투표 없는 본선행을 이뤄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