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광주 민심, 저에게 우호적”…이재명 “호남인들, 측은지심으로 결정 바꾸지 않을 것”

(좌측부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 시사신문DB
(좌측부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 경쟁의 분수령이 될 호남 경선을 일주일여 앞둔 가운데 둘 중 누가 더 우세한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여론조사 결과는 기관마다 엇갈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무등일보의 의뢰로 지난 13~14일 광주·전남 지역 유권자 1600명에게 실시한 ‘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가 35.4%를 얻는 데 그친 반면 이 전 대표는 44.1%를 기록하면서 오차범위 밖 격차로 우세를 보였다.

특히 이 전 대표의 고향이 있는 전남에선 이 전 대표가 47.7%를 기록하며 이 지사(33.5%)와의 격차를 한층 더 벌렸으며 광주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기는 했지만 이 전 대표가 39.7%, 이 지사는 37.8%로 나왔는데, 광주에서의 격차를 더 벌리고자 이 전 대표는 전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운동은 1987년 헌법을 탄생시킨 밑거름이었던 만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이전을 추진해 광주정신을 구현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 대표는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광주 민심이 저에 대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고 어제 나온 여론조사에서 제가 뒤집은 것으로 나왔다”며 “민주당의 선택에는 호남의 선택이 늘 큰 영향을 줬다. 숫자로 말하기 어렵지만 될 수 있는 한 많이 이겨서 표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단지 이 지사를 제치는 수준을 넘어 압승을 노리겠다는 속내까지 내비쳤다.

여기에 이 전 대표는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사퇴로 인한 표심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는데, “적어도 상당한 정도까지 오지 않겠나. 그동안 (정 전 총리와) 서로 얼굴을 붉힌다거나 섭섭해 한다거나 그런 일은 현장에서 없었다”고 강조했으며 경쟁자인 이 지사를 향해선 최근 문제가 되는 ‘화천대유’ 이슈를 들어 “김부겸 총리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고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여기에 전날 이 전 대표 지지를 공식 선언한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등 친문 핵심 의원 3명은 17일 홍 의원이 설훈 의원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 신 의원이 양극화극복비전위원장, 김 의원은 정치개혁비전위원장으로 각각 선임된 뒤 곧바로 호남으로 내려가 이 전 대표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지원사격에 나섰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등 민주정부 장·차관 출신 35명도 이날 여의도 이 전 대표 캠프 브리핑실에서 이 전 대표 지지를 공식 선언해 한껏 힘을 실어줬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장관은 이 전 대표의 역전 가능성에 대해 “현재 서남풍이 거세게 불고 있어 역전의 기운이 일고 있다. 풍속도 빨라지고 있는데 정치의 세계에서 1일은 일반의 평생과 같기 때문에 20일이면 큰 바람이 가능하다”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으며 이 전 대표 캠프에서도 이들의 합류에 대해 “이번 정책자문단 출범을 계기로 그간 선도적으로 해오던 공약 발굴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반색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이 전 대표 측이 ‘세 불리기’까지 해가며 반전을 노리자 이 지사도 좌시하지만은 않았는데, 마찬가지로 17일 광주를 찾은 이 지사는 전일빌딩245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복이 사라진 자리에 법복 입은 전두환이 활개 치고 있고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다”며 “구도와 당세를 뛰어넘는 후보가 필요하다. 군부독재를 끝장내고 민주정권을 만들어냈던 호남의 힘으로 적폐 기득권과의 마지막 대회전까지 승리로 장식해 달라”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무엇보다 결선투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이 지사는 “전국적인 고른 지지 외에도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에서 어떤 후보보다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내세우며 “경선 후 상처 치유와 전열 정비에 과도한 에너지가 소진되면 안 된다. 경선이 끝나는 즉시 신속하고 단단하게 뭉쳐 정권 재창출 한길로 매진하기 위해선 압도적인 경선 승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경쟁자인 이 전 대표가 호남 출신임을 의식한 듯 그는 “호남 국민들은 특정인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개인 인연을 떠나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할지, 호남은 어떻게 발전할지로 판단할 것이다. 측은지심으로 결정을 함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지만 자칫 호남 표심을 잃을까 경계했는지 같은 날 경기도까지 나서서 국내 첫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사업으로 탄생한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양산하는 경형 SUV차량 3대를 구입하겠다며 “광주가 이번에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으로 새 경제 패러다임을 실험하고 있는데 실험이 성공리에 추진되는 데에 경기도의 지원이 도움 되길 바라며 계속 응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 지사가 초조할 정도로 이 전 대표가 호남 표심잡기 경쟁에서 완전히 앞섰다고만 보기는 아직 힘든데, 광주·전남 일간지인 광남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14일 이 지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해 지난 16일 발표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만 해도 이 지사가 40.6%, 이 전 대표가 38.4%로 나왔으며 광주의 경우 이 지사 39.2%, 이 전 대표 35.8%, 전남에서도 이 지사 41.6%, 이 전 대표 40.3% 등 앞서 거론한 리얼미터 조사와는 완전 상반된 결과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도 결선투표를 염두에 둔 민주당 당내 가상대결에선 이 전 대표가 45.4%를 기록하며 이 지사(43.8%)를 1.6%P 차로 앞선 것으로 나와 그간 이 지사가 자신이 여권 선두 후보임을 내세우면서도 왜 결선 없이 본선으로 가겠다는 뜻을 고수하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상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가 결정될 수도 있을 오는 25~26일 호남 경선까지 열흘도 안 남은 기간 동안 둘 중 누가 더 많은 표심을 끌어 모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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