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합당’엔 공감하는데 각론서 불협화음…입당 불분명한 尹, 전략적 모호성?

(좌측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 권민구, 이강산 기자
(좌측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 권민구, 이강산 기자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경선버스 출발 시점을 8월 중순 이후로 못 박았음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과의 합당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문제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양새여서 과연 국민의힘과 당 밖 인사들 중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안 대표와의 합당에 대해선 이 대표가 지난 16일 직접 만나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그 과정에 있어 당명이나 당헌·당규 변경 등 일부 쟁점사안으로 인해 신경전만 격화되는 분위기인데, 이 대표가 1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지금 당원 가입이 폭증하고 있고 이미지 좋은 상태에서 바꿀 이유가 없다”며 국민의당의 합당 요구사항이었던 ‘당명 변경’에 대해 끝까지 난색을 표하자 앞서 지난 7일 지역위원장 임명을 보류해놨던 국민의당은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이 나온 당일에 국민의힘 현역의원의 지역구거나 당협위원장이 있는 9곳을 포함한 29명의 지역위원장을 전격 임명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같은 날 국민의당의 지역위원장 임명 강행에 대해 “요즘 국민의당 쪽에서 새로운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전에 들은 바 없는 얘기”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김재원 최고위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우리 당에 들어와서 자신이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합당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는데,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한다고 하니까 합당을 하지 않으려는 그런 생각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성사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고 앞으로는 계속 합당을 어렵게 만드는 수순으로 나오지 않을까”라고 국민의당을 직격했다.

그렇지 않아도 ‘알박기’ 의혹까지 받았던 지역위원장 임명을 강행한데다 이제는 국민의힘으로부터 ‘합당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합당 불발 책임까지 지게 될 모양새가 되자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지역위원장 선정은 당의 독자적 조직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국민의힘과의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지분 요구를 않겠다고 밝힌 만큼 통합엔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안 대표도 같은 날 이 대표를 겨냥 “내년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데 양측 사이에 어떤 이견도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과 목표가 같은데 큰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통합과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는 당 대표의 나이가 아니라 통합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혁신 의지와 실천 노력이다. 정권교체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논의한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명직 최고위원’을 공석으로 둔 채 흡수합당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당은 당명 변경을 요구하면서 당대당 합당을 전제로 하는 등 양측 모두 자당 입장만 관철하려다 보니 만일 합당이 불발돼도 그 책임은 상대에게 떠넘기겠다는 듯한 자세부터 취하고 있는데, 일단 국민의힘도 성일종 의원을 단장으로 한 실무협상단을 구성한 만큼 협상은 진행되겠으나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 탓에 문제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단 안 대표와의 합당 사안 뿐 아니라 또 다른 야권 대선후보인 윤 전 총장의 입당 문제도 비슷한 상황인데, ‘몸값 높이기’를 위해선지 불확실한 자세를 취한 채 간을 보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윤 전 총장은 초미의 관심사인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차차 지켜봐 달라”고만 했을 뿐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었는데,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간 보기 제발 그만하고 빨리 링 위에 올라오라”고 촉구했으며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모호한 화법 때문에 실패했던 안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윤 전 총장의 뜸 들이는 듯한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급기야 이 대표도 이미 입당했어야 되는데 늦었다고 윤 전 총장 압박에 나섰는데, 심지어 ‘아마추어 티가 난다’고까지 비난하자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지난 17일 JTBC ‘정치부회의’에 출연해 “충무공은 나라를 지켜내느냐 빼앗기느냐의 백척간두 싸움에서 경거망동하지 말라,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말했다”고 맞받아쳤고 윤 전 총장도 이날 이 대변인을 통해 “여야 협공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 내 갈 길만 가겠다”고 메시지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JTBC ‘썰전 라이브’에 나와 “당에 들어가 망신을 당할 것 같다면 들어오겠나”라며 윤 전 총장을 압박하는 이 대표 등의 날선 발언을 지적했는데, 이를 의식했는지 이 대표도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견이 자주 노출되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잠재적인 우리 당, 야권의 대선후보”라며 전보다 자세를 낮춘 모습을 보였다.

그래선지 윤 전 총장 측 이 대변인은 1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 시점을 오는 27일 언저리라고 밝힌 뒤 “텐트를 치려면 중심축을 어디에 박느냐가 중요한데 국민의힘에 박아야 한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 윤 전 총장도 보수의 중심인 국민의힘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입당 가능성을 한껏 높였는데, 심지어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란 진행자의 질문엔 “그렇게 받아들여도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해당 라디오 인터뷰 직후 윤 전 총장 본인의 메시지를 다시 전하면서 혼선이 일게 됐는데,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 입당 여부는 민심 투어 이후 판단할 문제”라며 여전히 입당을 확정한 게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해 어떤 면에선 세부적 차원에서 이견이 있을 뿐 합당이란 대전제엔 확실하게 의견일치를 보였던 안 대표보다도 더 모호한 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바라보던 여당에서도 이제는 윤 전 총장을 비꼬기 시작했는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의 과대포장된 이미지는 점점 소멸되고 있다. 갈피를 못 잡고 갈지자 행보를 하고 제2의 안철수처럼 애매모호 오리무중 화법을 쓰고 제2의 반기문처럼 10원 한 장, 지평선 논란으로 스타일 구기고 이러니 이 대표마저 아마추어라고 힐난하고 있지 않나”라며 “어차피 국민의힘에 입당할 거면서 그냥 입당하면 되지 빅텐트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걸 보니 유·불리 간보는 안철수 닮았고 대중 앞에 못 나서고 간보기 정치하는 걸 보니 1일 1실수 연발하며 낙마한 반기문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같은 날 야권 대선잠룡으로 꼽혀온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 법사위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즉각 일축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제가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말하겠다”며 여지를 남겼을 뿐 아니라 감사원장이 직무 마치자마자 선거 출마하는 게 바람직하냐고 묻는 질문에도 “그 부분에 대해선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해 사실상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데, 최 원장의 등판 여부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장고하고 있는 윤 전 총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도 되는 만큼 윤 전 총장이 자신의 향후 행로에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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