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도서관 방문한 尹…尹 대변인 “중도, 탈진보까지 아우르겠단 뜻”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며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며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작 정치참여 선언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는데도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선 여전히 가능성만 내비칠 뿐 분명하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 있어 사실상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이르면 이달 말 정치 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월 말까지 입당하라는 마지노선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신중한 자세를 견지한 채 말을 아끼고 있는데, 야권 유력대선후보임에도 기존 거대정당에 정치신인으로서 굽히고 들어가진 않겠다는 주도권 신경전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다른 대선후보들보다 최대한 늦게 입당하는 편이 최신효과(가장 나중에 제시된 정보가 더 기억에 남는 현상)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늦춘 채 몸값 높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급기야 윤 전 총장 캠프의 이동훈 대변인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6월말, 7월 초 시점에 정치 참여 선언을 하실 계획”이라면서도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밝히는 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면서 “지금 국민의힘에서 이기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내년에 대선에서 보수와 중도, 이탈한 진보세력까지 아울러 민주당을 압도해야지만 집권 이후에 안정적 국정운영까지 도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을 정권교체의 플랫폼으로 쓰라고 생각되면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든지 원샷 국민경선을 하든지 보수진영에서 중심을 잡고 중도·진보진영을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국민이 가르치는 대로 갈 것이란 게 윤 전 총장의 직접 워딩이다. 각계각층 여러 지역 국민들을 만나 그분들 말씀을 경청하고 그걸 반영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의 최근 행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 11일엔 김대중도서관을 전격 방문해 ‘정보화 기반의 인권과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다’는 내용의 방명록을 남겨 통합 이미지는 물론 호남 민심과 진보진영으로까지 지지층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즉, 반문진영 대표 후보 격으로 대선에 나서겠다는 모양새인데, 그런 점에서 보수정당을 대표해온 국민의힘에 스스로 먼저 나서기보단 좀 더 상황을 관망하면서 대변인이 ‘원샷 국민경선’이란 방안까지 거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중도층을 우선 의식하는 행보를 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노선을 택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이를 겨냥해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하태경 의원은 1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과의 인터뷰에서 “정치하는 분이 국민들이 잘 못 알아듣게 말씀하신다. 안철수 신드롬이 확 떴는데 점점 저물었던 이유가 그런 모호한 화법 때문”이라며 “모호한 화법 때문에 실패했던 안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윤 전 총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하 의원은 안 대표를 향해선 “윤 전 총장이 입당하기 전에 빨리 들어오는 게 맞고 윤 전 총장보다 입당이 늦으면 환영을 덜 받을 것”이라고 촉구했는데, 다만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이 중도 성향인 국민의당과 8월 말 이전까지 합당을 마무리 지을 경우 중도 확장성을 가진 새 정당으로 입당함으로써 당초의 외연 확장 효과도 노릴 수 있어 국민의당과의 합당보다 앞서 국민의힘 입당을 서두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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