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이재명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 재배당 요청 거절
“요청 받아들이면 다른 위험 생길 수 있어, 피고인 인권 보호할 것”
李 측 변호인 “특혜 요구하는 거 아냐, 재판부 신뢰 저해 우려 때문”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법원이 쌍방울 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판부 재배당을 요청한 것에 대해 “현시점에서 합당한 이유가 없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히며 8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이날 오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는데, 이날 재판부 “(이재명 피고인 측이) 재배당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간단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은 이 대표와 공범으로 묶인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에서 해당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여 이 사건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면서 “현 재판부가 이 사건을 맡는 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 측은 “현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검토하고, 1심 판결을 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이 사건의 수사기록을 사전에 검토하고 이재명 피고인을 대면하는 셈이 됐는데, 현 재판부가 검토한 수사기록에는 이재명 피고인이 증거로 동의하지 않을 증거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아무리 재판부가 공정한 재판 의지를 가지더라도 사건에 대한 예단과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측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도 공정할 거란 확신이 들기 힘들다”며 “1심 심리를 앞둔 상황의 변호인 입장으로 본다면,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사건을 심리해야 공정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더욱이 이 대표 측 변호인은 “특혜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혹시나 법원과 검사가 ‘이재명 죽이기에 나섰다’라는 사법부 신뢰를 저해시키는 음모론이 생길까 봐서, 재판부 신상을 공격하고 그런 점들이 우려된다”고 부연하면서 “깊이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종전 판단에서 구속돼 불분명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대법원 예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률 문헌이 없다”고 설명하며 “더군다나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면 또 다른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밝히면서 거부 결정을 내렸다.
이어 재판부는 “재배당 요청에 대해 재판부도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재판은) 재판부에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피고인 인권을 보호하는 형태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원지법은 이 대표 측의 변호인이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내달 12일에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지지부진한 상황의 재판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다른 사건과 달리 시간을 많이 드릴 수 없다”고 양해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