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내 견제 높아지자 ‘통합’ 강조했지만 ‘진정성’ 의심 시선 여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뒤 당 안팎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견제구가 쏟아지고 있어 그의 당 대표 선거 출마가 자신의 정치행로에 묘수가 될지, 아니면 악수가 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설훈 “이재명 대표 되면 당 분열…어떻게 총선 치르나”

이 대표가 시스템 공천을 비롯한 통합정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8·28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지만 이 대표를 우려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당내 의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지난 17일 이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자마자 바로 1시간 뒤에 같은 장소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의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기 위해 철길에 뛰어들겠다”며 노골적으로 이 의원을 겨냥한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특히 설 의원은 “대선과 지선에서 연이어 참패했지만 반성도 혁신도 하지 않은 채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 연이은 패배, 갈등과 분열은 원칙을 지키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며 “예외 없는 원칙, 반칙 없는 상식으로 분열을 멈춰 세우겠다”고 이 의원에 직격탄을 날렸고, 회견 뒤엔 아예 “이 고문이 출마하지 않기를 끝까지 기다렸으나 오늘 출마했다. 발표를 보고 지금 보는 대로 선언했다”고 사실상 자신의 출마가 이 대표 때문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당권경쟁을 본격 시작한 18일엔 한층 강도 높게 이 의원을 압박했는데,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은 일반적 시각으로 폭주보다 더한 표현을 써도 무리가 아니다”라며 “반명(반이재명)에 속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본다.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그 분열이 더 심화될 텐데 총선을 그래서 어떻게 치르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 의원은 “이 의원 본인은 당이 위기이기 때문에 (스스로) 나가서 자기가 정리하겠다, 이런 입장인데 그건 상당히 잘못된 판단이다. 총선에 실패하면 대통령 선거도 실패할 것이라 지금은 이 의원이 좀 쉬어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이 의원이 전날 출마 선언하면서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는 당권주자들에 반박한 데 대해서도 “대장동 의혹을 보더라도 지금 구속돼 있는 사람들이 다 이 의원의 측근 중 측근”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역시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변호사비 대납 문제도 아귀가 안 맞는다. 이 의원의 지금 재산 상태하고 변호사 비용이 들었을 거라고 보이는 비용하고 아귀가 안 맞기 때문에 누가 봐도 대납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 시각”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집권여당 입장에선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게 참 좋은 입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 입장에선 치명적인 상황에서 계속 끌려가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그는 계파 공천이나 공천 학살하지 않겠다는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소위 이 의원을 지지하는 쪽에서 나오는 개딸이나 이런 사람들의 주장을 보면 학살 수준이 아니고 뭐든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계파 공천을 넘어서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이런 의지가 배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는데, 급기야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서도 “박지현을 나무라선 안 된다고 본다. 그 연배는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런 사람에게 대표를 맡긴 게 잘못인데 누가 했나, 이재명 의원이 했다고 본다. 박 전 위원장이 문제가 아니라 그 연배의 사람을 당 대표로 올려놓은 판단이 더 문제”라고 이 의원을 직격했다.

◆ 조응천 “李, 여론조사 보면 대표 되겠으나 ‘해법’ 아닌 ‘위기’의 일부”

비단 설 의원 외에도 같은 당 조응천 의원 역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출마에 우려를 드러냈는데, 그는 “이 의원에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당을 위해, 그리고 이재명 본인을 위해 ‘좀 쉬어라’고 여러 차례 의견을 냈지만 결국 외면으로 귀결됐다”며 “선거 패배에 큰 책임이 있다고 자인한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우리가 왜 대선과 지선에서 패했는지 당 공식입장을 밝히자’고 외치는 게 공허한 메아리가 될까 두렵다. 결국 대표와 최고위원만 바뀌고 지금까지의 민주당으로 남게 될 게 뻔할 것 같아 두렵다”고 꼬집었다.

이 뿐 아니라 조 의원은 ‘처럼회’ 등 강경파 초선의원들이 잇따라 최고위원 선거에 나서는 상황도 싸잡아 “‘중도층은 없다’며 ‘지지자를 결집시켜야 지선에 이간다’면서 국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수완박과 위장탈당을 밀어붙이고 민심보다는 강성 당원을 향해 구애하던 의원들이 이 의원 주위에 넘쳐나고 있다. 주위 사람을 보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알 수 있다”며 “앞으로도 민심보다 당심으로 포장한 강성팬덤을 추종할 분들과 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구두선에 불과하며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강성팬덤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지는 분이 대표가 되겠다니 하는 말”이라고 이 대표에게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설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까지 들어 “이 의원은 자신감을 보이지만 강제수사와 기소 여부는 검경의 마음에 달린 게 현실이다. 전당대회가 평온히 치러질 수 있는가”라며 “대표가 된다고 한들 당 대표가 본격적으로 수사 대상이 되면 당이 민생에 전념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치부될 것이고 이 의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표직이 인계철선이 되어 당 전체가 전면적 대여투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여론조사로만 보면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게 당연할 것이나, 문제는 이 의원은 우리 당의 위기와 약점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그래서 제가 그동안 이 의원의 출마를 반대했던 것”이라며 “지금 우리 민주당에 꼭 필요한 당 대표는 강훈식 뿐이다. 계파 간 갈등과 당내 분열을 극복해 당을 통합하고, 나아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할 능력이 있으며 또 민심을 쫒아 170석의 거대 야당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운영능력과 정무적 판단능력을 이미 갖췄다”고 ‘97그룹’ 후보군인 강 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 견제 의식한 李, ‘통합’ 띄웠지만 별무소득? ‘단일화’ 움직임도

이처럼 당내 곳곳에서 자신을 향한 경계 어린 시선이 쏟아지자 이 의원은 18일 당 대표 출마 선언 이후 첫 공식 행보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나섰는데, 김 전 대통령이 IMF 사태를 극복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출마 선언 당시 내세운 주요 메세지인 ‘통합·유능·승리’ 중 민생 위기에 대응하는 ‘유능’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담는 한편 임기 내내 화해·용서 등 ‘통합’ 행보에 나섰던 대통령이었다는 점도 꼽아 ‘통합’의 의미도 보여주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자신을 향해 강공을 편 설훈 의원이 김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에다 친이낙연계 인사란 점에서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 지지층을 끌어안고자 우선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이 고문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은 결국 통합의 정신으로 유능함을 증명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닮고 싶은 근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김 전 대통령을 평가해 사실상 ‘통합’ 쪽에 방점을 둔 일정임을 드러냈다.

또 이 의원은 자신을 걸고 들어가며 전당대회 출마를 허용해달라고 주장해온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이날 오전 서울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현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해 도전에게도 도전의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이 같은 발언도 자신이 내세운 ‘통합’ 메시지의 연장선상으로 일견 비쳐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이라고 하는 게 시스템과 질서, 규칙이 있기 때문에 그 질서를 지켜야 하는 당 지도부 입장도 이해가 된다”고 덧붙여 결국 박 전 위원장 출마를 불허한 비대위 결정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전 위원장은 이날 당 대표 선거 후보자 등록을 강행하겠다고 했으나 민주당에선 18일 조오섭 대변인이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해본 결과, 접수 자체가 안 되는 것으로 되는 것 같다”고 밝힌 데 이어 당무위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는 박 전 위원장 요구에 대해서도 “공식 안건으로 논의한 적 없으나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당무위 회의 때 의견을 수렴한 적 있고 거기 참석한 당무위원들이 전부 별 말씀 안 해 이미 당 입장은 결정된 것”이라고 끝까지 출마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보니 이 의원의 ‘통합’ 메시지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품어온 ‘비이재명계’ 측에선 단일화를 통한 견제까지 나서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1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예비경선 이전에 단일화 선언을 하고 누가 되든지 거기에서 단일 후보로 된 사람을 열심히 밀어주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주 많은 당권 후보들이 대부분 예비경선 이전에 단일화 선언하겠다고 한다. 만일 이재명과 다른 후보와 일대일 구도로 당 대표 선거가 이뤄지면 어대명이 ‘어차피 이재명’이 아니고 ‘어쩌면 이재명’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이재명계’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설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컷오프를 세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고 7월 28일에 컷오프하게 되는데 아마 이 의원은 3명 중 들어갈 거라 생각하고 나머지 두 명이 남는데 두 명은 자연스럽게 단일화 하든지 할 수 있다. 단일화하면 승산을 만들어낼 수 있고 저는 (단일화) 할 생각”이라며 단일화에 긍정적 의사를 밝혀 이미 당 대표 당선은 맡아둔 듯 총선 승리를 배수진으로 치고 이번 당권 도전에 나선 이 의원에게는 자칫 당내 경선도 안심하기 어려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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