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없는 金 발언에 여권서도 MBC 비판…국힘 “李 욕설파일 틀자”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김건희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 / 시사신문DB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김건희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발언이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공개된 이후 당초 기대한 바에 못 미치는 내용인데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지도 않은 내용이 적지 않아 친여권 인사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 조국부터 안희정까지…민주당 ‘뼈 때린’ 김건희 발언은?

국민의힘이 녹음파일 공개를 저지하고자 거세게 항의했을 정도로 당초 야당에 불리한 내용 일색일 것이란 관측과 달리 지난 16일 공개된 김씨의 발언은 도리어 미투 파문부터 조국 사태, 윤 후보 대선후보로 떠오르게 된 과정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책임론에 힘을 싣는 내용이어서 여권 지지자들이 기대한 ‘판도라의 상자’는커녕 ‘태산명동서일필’(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 아니었느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김씨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그렇게 크게 펼칠 게 아닌데 너무 조국을 많이 공격했다. 그래서 검찰과 싸움이 된 것”이라며 “빨리 끝내야 된다는데 유튜브나 유시민 이런 데서 계속 키웠다. 사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라고 여권 책임이 크다는 입장을 내놨고, 결국 조국 사태 때문에 자신의 남편이 대선후보가 됐다면서 “총장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될 줄 꿈이나 상상했겠나. 우린 빨리 나와서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누가 키워준 건가? 문재인 정권이 키워준 것”이라고 문 정부 책임론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보수가 (남편을) 키워줬겠어? 보수는 자기네가 해먹고 싶지”라며 “정치라고 하는 것은 항상 자기편에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고 재차 조국 사태에 대한 민주당 책임론을 주장한 데 이어 여권에 정치적 타격을 안겼던 미투 파문에 대해서도 오히려 “난 안희정이 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와 아저씨(윤 후보)는 안희정 편”이라고 밝혔는데, MBC가 방영하지 않은 내용을 서울의소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부분에선 “자기들끼리 싸운 거지, 대통령 후보에서 아예 잘라버리려고 문빠에서 (안 전 지사를) 죽인 거지, 그거 보수에서 죽인 게 아니라 그건 자기들 리그에서 싸워서 내친 거야”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미투도 문 정권에서 먼저 터뜨리면서 그걸 잡자고 했잖아. 그걸 뭐하러 잡자고 하냐고. 사람이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해”라고 꼬집은 데 이어 여권이 미투로 홍역을 앓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공짜로 부려먹거나 이런 일은 없다. 그래야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며 “(진보는) 돈은 없지 바람은 피워야 되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되는 거다. 인생 언제 잘 나갈지 모르잖아, 그때 다 화를 당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해 7월 12일에 김씨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비교하는 질문을 받게 되자 “노 대통령은 진심이 있었고 그분은 자기 부하나 자기 국민을 위해서 몸을 내던지신 분이고 희생하신 분”이라고 노 대통령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해선 “여기저기 신하 뒤에 숨는 분이잖나. 자기는 모른 척하고, 그걸 모르나”라고 혹평을 쏟아낸 데 이어 같은 해 11월 15일엔 “우리 남편이 노무현 연설 외울 정도 거든? 누구보다도 정말 좋아했어. 문재인하고 너무 다르니까”라며 “노 대통령은 자기가 창업주라는, 책임지려는 기질이 있고 문 대통령은 대통령 하기엔 참모 기질이 강하지”라고 대비되는 평가를 내놨다.

◆ 金 발언 공개 바랐던 與 ‘자충수’? “악재를 호재로 바꿔준 이적행위”


결국 김씨의 발언을 종합하면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부상하게 된 원인은 조국 사태를 키운 유시민 등 뿐 아니라 문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며 조 전 장관은 결국 야권이 아니라 여권에 의해 무너지게 됐다는 논리를 폈고, 여권 인사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두둔하는 한편 문 대통령 지지층과의 갈등을 부각시켜 오히려 민주당의 원팀 기조를 흔들 수 있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처럼 여권에 유리할 것 없는 내용까지 공개되자 진보성향 인사인 류근 시인은 지난 16일 밤 MBC 방송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소문난 잔치 불러놓고 결국 김건희 실드”라며 “김건희 악재를 호재로 바꿔주는 이적행위를 시전했다. MBC가 XXX을 한 것”이라고 MBC를 비판했으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의 소송 대리인을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 역시 “내가 김씨 통화내용을 먼저 들었다면 방송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을 것 같다. 김씨가 어찌 그리 멍청할 수 있나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니 서울의소리가 멍청했고 서울의소리가 김씨에게 당했다”고 개탄했다.

여기에 민주당 선대위 메시지 총괄을 맡고 있는 정철 카피라이터는 방송 내용에 불만이었단 의미인지 아예 ‘#스트레이트는그만’이란 해시태그를 달았고, 이낙연 경선 후보 캠프에서 공보단장을 맡았었던 정운현 전 총리 비서실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목 끌었던 사안에 비해 별로 충격적인 것은 없었던 것 같다”고 김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17일 오전 이화여대 서울병원에서 청년 간호사 간담회 후 만난 기자들로부터 MBC 스트레이트의 김씨 발언 보도를 봤는지 묻는 질문에 “관심 있어서 당연히 봤지만 그냥 봤을 뿐”이라며 “저는 그 문제에 대한 제 개인적 관심보다는 오히려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별 다른 평가를 내놓지 않았고, 민주당에서도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보도내용보다 보도를 접한 국민의힘 윤석열 선대본 인식에 경악하고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김씨를 표적으로 한 공격보다 국민의힘 반응을 지적하는 데 방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김씨 발언 중 미투 피해자를 조롱한다면서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했는데, 김우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씨의 미투운동에 대한 인식은 심각하다”고 꼬집었으며 우상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미투하는 사람들은 돈을 안 줘서 미투하는 것처럼 여성 피해자들을 능멸한 이야기인데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문제인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란 김씨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조차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씨는 (내) 수사의 방향 전환에 대해 최소한 알고 있었고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국은 불쌍하다는 말은 이런 배경을 인정한 말”이라고 역설했으며 김용민 최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어제 방송을 보면 김씨가 더 권력에 적극적이고 어떻게 활용할지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민의힘 “李 형수 욕설도 틀라” 역공…2라운드도 예고

하지만 정작 윤 후보를 압박할 결정적 ‘한 방’이 없던 내용이었던 만큼 적극적인 공세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야권에선 김씨 발언 공개를 계기로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록도 틀어야 한다고 역공에 나서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7일 선대본부대책회의에서 “MBC가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공영방송이라면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테이프, 김혜경 씨 관련된 것도 방송해서 국민이 균형 잡힌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장예찬 청년본부장은 얼마 전 사망한 이병철씨의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녹취도 같이 방송하라면서 “7시간이 아니라 7분만 틀어도 민주당은 후보 교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여권이 김씨의 ‘내가 정권 잡으면’ 발언을 문제 삼아 ‘김건희씨가 최순실 같다’는 공세를 펴자 이준석 대표까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김씨 발언을 물고 들어가도 국민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이 후보 발언이다. 이 후보가 ‘왜 선생님이 되고 싶었냐고요? 선생님한테 너무 많이 맞아서 나도 선생님 돼 애들 때려보겠다’고 했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에선 김씨 녹취파일 추가 공개에 대해 여전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17일엔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지난해 8월 말에 여러 명의 대화를 녹음했다며 열린공감TV 정모PD와 서울의소리 백모 대표, 이모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같은 날 김씨와 이모 기자 간 대화 공개와 관련 “추후 방송을 금지할 것을 MBC에 강력히 권고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윤 후보도 이날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지’ 질문이 나오자 “사적인 대화 내용이 방송으로 공개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것도 있다. 사적 대화를 뭘 그렇게 오래 (방송)했는지 저도 잘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다”고 에둘러 MBC에 일침을 가했다.

또 김씨 발언 내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듯 ‘안 전 지사 편’이라는 김씨 발언에 대해서도 “내용에 대해선 제가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김씨 발언이 나온 MBC 방송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고 “제가 아무래도 선거 운동하러 새벽에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고 하니까 아내와 대화할 시간이 없다. 제 처가 선거운동에 많이 관여했다고 하면 (기자와) 그런 통화를 그렇게 장시간 할 수 있겠나. 제 처가 여의도 정치권에 누굴 알아서 저걸(인사를)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이렇듯 1라운드는 일단 ‘한 방’ 없이 끝나면서 민주당으로선 김빠진 격이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가 오는 23일 김씨의 통화녹음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을 방영할 예정이어서 여기선 과연 어느 쪽이 승기를 잡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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