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항미원조’·‘조중친선’ 강조…‘핵 폐기’ 대화 의지로 확대해석될까 美와 거리 둬

문재인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우). ⓒ청와대,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우). ⓒ청와대, 뉴시스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북한이 그간 단절했던 우리나라와의 통신선을 복원하며 관계개선에 나섰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에서 기대하는 북미대화에는 나설 뜻이 없다는 듯 ‘통남봉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측과의 통신선을 복원한 이후인 지난 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7월28일 우의탑’을 방문했다고 29일 노동신문은 1면에 실어 보도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도와 가정과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의 중국 측 6·25 참전 명분이던 ‘항미원조보가위국’을 거론하면서 “혈연적 유대로 맺어진 조중(북중) 친선은 공동의 위험을 위한 한 길에서 대를 이어 굳건히 계승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지난 27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남북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마저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행사 공개 연설 후 “북한과 관련해선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미국은 북한의 변화에 적극 호응했지만 정작 김 위원장은 현재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항미원조까지 거론했는데, 결국 한국과의 관계 회복과 대미관계 개선은 별개란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일단 북한이 중국에도 조중우호를 언급하면서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한국에도 이 시점에 손을 내민 것은 양국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해보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실제로 코트라(KOTRA)가 29일 발표한 지난해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 무역규모는 지난 2019년의 4분의 1수준인 8억6300만 달러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중국 측 지원에 기댈 수 있음에도 한국에까지 손을 내민 데에는 그나마 북측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내온 현 정권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지 현재로선 불투명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다시 연락을 재개한 측면도 있겠지만 식량과 달리 중국으로부터 확보하기 어려운 신뢰성 있는 서방의 코로나19 백신 등을 염두에 두고 우리 측에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청와대는 통신선 재개통에 앞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교환한 친서 내용과 관련해 “두 정상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남북 모두가 오래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속히 이를 극복해나가자고 서로 간에 위로와 걱정을 나눴다”고 밝힌 바 있으며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미 지난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코로나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위기 극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지원을 얻겠다는 목적이 있다 보니 북핵 폐기를 우선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미국과는 거리를 두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이를 분명히 하려는 듯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인물인 리병철이 당초 의주비행장 방역 문제로 북중교류가 지연된 탓에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북중 동맹을 기념하는 ‘7월 28일 우의탑’ 방문 행사에선 김 위원장의 바로 옆에 선 것으로 밝혀졌으며 통일부 당국자도 29일 “리병철이 군 지휘부 최고서열은 유지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해 핵폐기 요구에는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 비쳐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설 의지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대북지원에 나설 경우 한미 간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축소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29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의 시기, 규모,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미 간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북한이 한미동맹 이간질까지 노리고 이 시점에 남측과의 연락을 재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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