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노조 불법시 ‘엄정 대응’ 방침…野 “노조 때려잡기 몰두하나. 대책 수립할 것”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퇴진 및 전국동시다발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사회보장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뉴시스(좌), 대통령실(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퇴진 및 전국동시다발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사회보장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뉴시스(좌), 대통령실(우).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막론하고 노동계가 윤석열 정부의 노조 대응에 반발해 대규모 집회 등으로 압박에 나서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해 노동계에 힘을 실어준 반면 노조의 불법집회엔 엄정 대처할 것을 주문해온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등 3대 개혁을 시행하기 위한 여론전에도 나설 모양새여서 여론이 과연 어느 쪽에 지지를 보낼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대규모 도심 집회를 진행하는 31일 윤 대통령은 앞서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또 ‘국가란 무슨 일을 해야 되느냐’, 또 ‘해야 되는 일 중에서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느냐’, 늘 대통령으로서 거기에 대해 제 스스로 자문하고 고민한다”며 “국가는 먼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또 국민을 보호해야 된다. 밖으로부터는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외적으로부터 보호해야 되고 국내적으로는 법을 위반해서 국민에게 피해 주는 그런 범법자들로부터 선량한 국민들의 안전을 보호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법 집행은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는데, 그는 지난 2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이미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어 그 연장선상에서 31일 민노총 집회에도 대응하라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이미 지난 30일 경찰도 노조를 상대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수위로 대응에 나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 농성하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간부를 진압·체포한 데 이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선 MBC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1시간 동안 대치했음에도 경찰은 “판사가 발부한 정당한 영장을 집행하는 것”이라며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MBC 기자 임모씨와 MBC 등을 압수수색했다.

여기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가 열리는 31일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현장대책회의’에 아예 기동복을 입고 참석해 “경찰은 집회의 자유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불법에 대해 경찰로서 해야 할 역할을 주저없이 당당하게 하겠다는 원칙”이라며 불법집회로 변질될 경우 캡사이신 분사기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이 지난 2017년 3월 이후 집회 해산을 위해 캡사이신을 사용하지 않아온 만큼 ‘캡사이신 준비가 강경 진압이란 논란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윤 청장은 “강경 진압이란 말에도 동의할 수 없다. 캡사이신은 현장 상황에 따라 부득이 사용이 필요하다고 하면 현장 지휘관 판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다”고 응수하는 등 지난번 1박2일 도심 집회 때와는 사뭇 달라진 자세를 보여줬다.

이 뿐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지난 30일 장동혁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언론이나 노조도 성역이 될 수 없다. 불법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 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압박한 데 이어 31일에도 전주혜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노총 중심의 집회는 그 순수함을 잃은 지 오래다. 본연의 목적인 노동운동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어느 순간부터 반정부투쟁이 우선됐으며 그 과정에서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전 원내대변인은 “시민 불편을 일으키는 불법 집회는 엄정히 대처해야 마땅하다. 경찰은 이번 집회가 불법으로 번지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해산조치 등 경찰의 법집행 과정을 방해하고, 단속 경찰관을 폭행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라. 대한민국은 민노총의 나라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국민의힘은 노조 카르텔을 혁파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에 힘을 모을 것이다. 민노총에 날개를 달아주는 ‘불법파업 조장법’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천명했는데, 실제로 국민의힘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30일 야당의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전날 전 원내대변인은 “법안의 효력정지, 본회의 상정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우선적으로 냈다. 민주당은 입법 독주를 멈춰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같은 당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은 파업조장법이다. 합법적 파업 범위를 턱없이 넓히고 불법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만 가중시킬 ‘논란봉투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지율 상승세를 탄 윤 대통령도 이번 주에 노동개혁 등 3대 개혁 추진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정책 관련 TV토론에 합의한 만큼 이 자리에서도 ‘노란봉투법’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노란봉투법’을 ‘합법 파업 보장법’이라고 주장하며 정의당과 함께 본회의 직회부를 지난 24일 강행했던 민주당에선 31일 오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인권무시 노동자 폭력진압 윤 정권 공권력 남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광양제철소 앞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에서 고공농성하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에 진압돼 병원으로 후송된 사건을 꼬집어 “곤봉으로 머리를 쳐 피가 흐르는데도 진압하는 행위가 벌어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의원은 “헌법 21조에는 모든 국민에게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있다고 돼 있고 집시법에도 폭력적인 진압은 안 된다고 명시했다”고 지적했으며 한국노총 출신인 같은 당 이수진 의원도 “노조 때려잡기에 몰두해 있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총 시절 동료를 국가 폭력에 내몬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정부 대응을 비판했는데, 이들은 경찰의 과잉 진압이라며 “국회 등 현장 곳곳에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앞으로 투쟁 전선에 들어간다”고 공언했고 경찰을 소관으로 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들이 논의를 거쳐 별도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자리에 함께 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 정권은 노동계가 필요 없음을 노골적이고 직접적, 폭력적으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노총이 보여줄 차례”라며 “노동자를 폭력 진압하는 정권에 이제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할 테니 각오하라”고 천명했는데, 이에 따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내달 1일 개최할 계획으로 추진해온 윤 정부 첫 노사정 간담회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은 3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 정부의 성격은 명확하다. 건설노동자를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하는 자본의 부속품으로, 건설노조가 없어져야 할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하며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정권”이라며 “정당한 건설노조 활동에 대한 탄압은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뿐”이라고 주장했고, 이번 집회에 대해서도 “비인간적인 윤 정부의 기획된 탄압에 맞선 건설노동자들의 대답은 윤 정부와 그 하수인들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주요 정부 기관 앞에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윤 정부를 성토했는데,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도권남부지역본부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수도권북부지역본부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금속노조 조합원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고 오후 4시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 모여 민주노총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이어갔고 오후 7시부터는 경찰청 방향으로 행진하는 야간 집회도 할 예정이다.

심지어 여당의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대구에서도 같은 날 오후 건설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가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정당한 노조 활동을 채용 강요로 규정하고 무리한 수사와 탄압에 몰두하고 있다.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태도에 거세게 반발했는데, 민주당에서도 같은 날 박성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물대포도 언제 되살아날지 알 수 없다. 강경 대응 일변도로 폭주하는 윤 정부가 다음엔 뭘 꺼내들지 걱정스럽다”고 윤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이 같은 도심 집회로 초래되는 시민들의 불편에 대해선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앞서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원래 집회와 시위라고 하는 게 그런 것 아닌가. 나를 포함한 모두의 주장이 설명될 때 발생하는 시끄러움이 있지만 이게 부정, 제한, 탄압의 대상이 아니라 이것은 존중되고 적극 방조돼야 하는 것”이라며 “의사 표출을 위해 서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고 이걸 보장하는 게 여태까지 우리가 쌓아왔었던 민주주의적 절차”라는 입장을 내놔 여론이 경찰과 노조 측 논리 중 어느 쪽에 손을 들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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