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석發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에 마침표
이재명 "유족 반대 안하면 이름과 영정 공개해야"
최민희 "맘껏 애도하고파, 유족 동의받아 공개해야"
주호영 "유가족 슬픔을 정치에 악용하는 패륜 행위"
정의당 이어 기본소득당 "정치권이 판단할 문제 아냐"
박용진 "잔꾀와 술수로 민심 얻겠단 생각은 완전 오산"

(왼쪽부터)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문진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문진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시사포커스DB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정부를 향해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하고 애도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연히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며 그간 당 안팎에서 요구해 왔던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에 마침표를 찍으며 공개 요구했다.

이어 그는 "국민께서는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 국가는 어디에 있는지 묻고 계신다"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다시 촛불 들고 해야겠느냐. 숨기려 하지 마시라. 숨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쏘아 붙였다.

아울러 전날 최민희 민주당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찝찝하다. 많이 찝찝하다. 애도하라고 하는데 이태원 10·29 참사에서 156명이 희생됐다는 것 외에 아는 게 없다"며 "156명 희생자, 유족 동의 받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맘껏 애도하고 싶다.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다"며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애도가 아니라 희생자 이름과 나이를 알고 영정 앞에 진짜 조문하고 애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희생자 명단 공개 여부를 두고 여야의 시각은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이는 앞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문진석 의원이 당내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 중인 한 인사로부터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애틋한 사연을 공개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어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쟁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내비치면서 논란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진석 위원장에게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는 충격적"이라면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대하는 민주당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발상은 비공개 수사 원칙을 규정하는 법률 위반일 뿐만 아니라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 행위다. (민주당은) 광우병과 세월호에서의 행태를 그대로 재연해 정치적 이득을 노리려는 것일 뿐이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씁쓸해 했다.

아울러 야권에서도 비판음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같은날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문제는 유족들이 판단을 해야 되는 것이다"면서 "최민희 전 의원 발언에 많이 놀랐다. 유족들 동의를 구하는 전제 아래 말을 했지만 명단을 다 공개하자라는 얘기를 외부인이 먼저 얘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9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에 출연하여 "유가족들이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희생자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즉, 명단 공개 여부는 정치권이 관여할 사안이 아닌 유가족 측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심지어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전략기획위원장한테 이렇게 저렇게 제안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는 그런 것을 논의할 주체가 아니다"고 잘라 말하면서 더나아가 당을 향해 "역사 없는 지혜는 잔꾀로 흐르고, 민심 없는 정치는 술수로 흐른다. 우리가 지금 잔꾀 부리고 술수 만들어서 역사를 책임지고 민심을 얻겠다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오산인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역사와 민심을 무섭게 알아야 한다"며 "저는 잔꾀와 술수로 정치하려는 태도는 민주당 안에서도 동의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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