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조건부 경제협상 내건 윤석열에 北 "어리석음의 극치" 맹폭

윤석열 대통령(좌)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우). 시사포커스DB
윤석열 대통령(좌)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우). 시사포커스DB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고 나선 가운데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윤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맹폭하고 나서 윤석열정부 대북정책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북한 김여정, 尹의 '담대한 구성' 향해 "어리석음의 극치, 이명박 복사판에 불과"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북한의 노동신문을 통해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면서 "(윤 대통령이)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밝혔다.

특히 김 부부장은 윤석열정부를 향해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꼬면서 "(윤 대통려의 담대한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 커녕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이라면서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조롱했다.

더욱이 김 부부장은 "경내에 아직도 '더러운 오물'들을 계속 들여보내며 우리의 안전환경을 엄중히 침해하는 악한들이 북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과 의료지원 따위를 줴쳐대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민의 격렬한 증오와 분격을 더욱 무섭게 폭발시킬 뿐"이라고 맹폭했다. 

심지어 그는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가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다"면서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남조선은)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밖에 없었는가"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뿐만 아니라 김 부부장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장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함께 싸잡아 비판을 가했는데, 그는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문재인)이 사라져 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윤석열)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 앉았다"고 비아냥 대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향해 비핵화 전환 조건부 경제 협상 제안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준다면 경제 협력과 함께 정치·군사적 상응 조치 등을 해줄 것이라고 제시했었다. 

북한 측에서는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이던 지난 17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도발하고 나섰고, 심지어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제안을 강하게 거부하는 담화문까지 발표하고 나서 사실상 북한은 비핵화에 나설 뜻이 전혀 없음을 시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즉, 북한에서는 핵무기를 '경제 협력'과 협상하려 했던 윤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개발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경고하고 나선 셈이다.

◆ 유감 표명 나선 대통령실 "북한의 핵개발 지속 표명...국제사회 고립 재촉할 뿐"

이에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해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 표명을 하면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 스스로의 미래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재촉할 뿐"이라고 응수했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북한을 향해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 권영세 "무례한 표현이었으나 예상했던 범위...북에 대화 시도 계속할 것"

한편 이날 통일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유감 표명을 하고 나섰는데,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무례한 표현으로 우리 대통령을 비난하고 담대한 구상에 호응해 오는 대신, 우리의 구상을 왜곡하고 오히려 핵 개발 지속의사를 언급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부대변인은 "북한은 이제라도 우리의 담대한 구상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북한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임을 인식하고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나섰고, 더욱이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에 대해 "무례하고 품격없는 표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권 장관은 "이런 일은 북한 자체로도 좋은 일이 아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대단히 안 좋은 일"이라며 "(그러나) 북한의 이런 태도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던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한편으로 필요하다면 압박하고 해서 대화로 유도할 생각"이라고 밝히며 북한과의 대화 시도는 계속 추진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 태영호 "'尹 싫다'는 관심있단 뜻, 김정은 마음 흔든 것...초기 목적 일단 달성한 셈"

반면 탈북민인 북한 대사관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이날 같은 회의에서 권 장관을 향해 "김여정이 '담대한 구상'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했다는 점을 봐달라"면서 "김여정이 3일만에 반응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김정은의 마음을 흔듦으로써 그 초기 목적은 일단 달성한 셈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태 의원은 "북한은 윤석열 정부 이후 백신지원 등에 대해 협력하자고 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지난 8·15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이 나간 다음에는 북한이 반응을 했다는 부분을 권 장관이 새롭게 봐야 한다"면서 "김여정이 '우리의 반응을 목빼들고 궁금해하기에 오늘 몇 마디 해주는 것이다'라고 운을 뗀 이 대목이 인상 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대통령의 대북 제안에 북한의 이러한 신속한 입장 발표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어찌보면 북한의 통전부가 '담대한 구상'이 나온 후 본격적인 업무복귀에 들어간 듯하다. 총체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길들이기 작전이 시작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심지어 태 의원은 "김여정이 '윤석열 그 인간자체가 싫다'고 했는데 통상 인간관계에서 상대가 싫으면 무시해버리면 되는 것이지 남들 앞에서 '난 네가 싫어'하고 공개적으로 외치는 것은 어찌보면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도 북한은 강경하게 거부했었는데, 그러나 내적으로는 본격적인 연구분석에 들어갔고 점차 대화의 장으로 나왔던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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