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이재명, 文낙선 당시 행보 참고할 필요 있어"
조응천 "李 등판? 다시 갑옷입고 전장 나가라는 것"
"윤호중 억울, 비대위원장 어쩔 수 없이 맡게된 것"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좌)와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좌)와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자들이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대비하여 '이 전 후보를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우라'면서 조기 등판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7일 "패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강 전 수석은 전날밤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하여 "이번 선거에 책임을 지고 뒤에 있는 분들이 곧바로 전면에 나서는 것은 어떻든 패자들인데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지금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해 새로운 지도부의 역할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혀 사실상 '이재명 역할론'에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강 전 수석은 "(지금 민주당은) 의총까지 거쳐 결정하고 청년·여성·지역 배려까지 해서 비대위 구성했고, 광주 비대위원들은 망월동 참배도 하며 이렇게 움직이고 쇄신을 다짐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뒤쪽에다가 대놓고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인정을 못 하겠는 둥, 서명을 받는다는 둥, 그만하라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이 전 후보의 거취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건가는 더 차분하게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2012년 당시 낙선한 문재인 후보가 어떤 걸음을 걸었는가를 좀 연구를 해봐야 될 것"이라고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이재명 전 후보를 따르는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이재명 역할론'을 띄우며 이 전 후보의 조기 등판을 주장하면서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반대하고 나섰는데, 특히 김두관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윤 위원장으로는 위기 수습과 지방선거 승리가 불가능하다"면서 "이재명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혁신하고 지방선거를 지휘해야만 수도권에서 선방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계파 갈등을 보이면서 내홍을 겪고 있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짚으면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와 지방선거를 대비한 공천권을 놓고 '이재명 vs 반이재명'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17일 조응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 전 후보의 조기 등판을 요구하는 이재명계 의원들을 겨냥 "(이재명 전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올리라는 주장은) 장수가 격전을 치르고 돌아와 갑옷을 벗으려는데 (그 장수에게) 다시 갑옷 입고 전장으로 나가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조 비대위원은 "이재명 전 후보는 1600만표를 얻은 우리 당 제1의 자산이기에, 당을 위해서도 이재명을 위해서도 보호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재명 전 후보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이재명한테 맡겨야 한다. 이 전 후보에게 지금 다시 나와서 어떻게 하라는 건 온당치 않은 행동이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조 위원은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윤 위원장은 자신도 (대선 패배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직 제안에 대해 처음에) 굉장히 고사했다고 한다. 윤 위원장 본인도 지금 거의 독배를 마신 것으로 정말 억울하다고 한다"고 전하면서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가 전면 사퇴하여 누군가는) 당무와 선거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그러면 누가 맡느냐, 방법이 없지 않으냐. 당신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지적이 나와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것"이라고 두둔하고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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