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대위 극한 대립, 이준석 중대결심설까지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의 구성과 일정에서 '이준석 패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에 예정됐던 일정을 전면 취소하여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퇴설까지 흘러 나오면서 국민의힘이 환란을 겪는 모습이다.
◆ 뿔난 이준석 "그렇다면 여기까지"...일정까지 전면 취소
이날 이 대표는 오전 9시에 예정되어 있던 '아시아 비전포럼 2021' 행사를 전격 취소했고 심지어 오후에 예정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기념식 참석과 라디오 인터뷰 일정 등도 취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 대표가 선대위의 구성과 일정에 대해 패싱 논란이 일며 단단히 뿔이 난 상황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패싱 논란 이제 지겹다"면서 "애초에 패싱논란이 있을 수 없다. 당대표랑 상의 안하다고 문제 있는 거 아니다. 후보는 선거에 있어서 무한한 권한과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간다"고 강조했었는데, 그는 이후 다른 게시물을 통해 "후보 일정을 저에게 미리 보고해야 할 필요 전혀 없지만, 적어도 이준석이 간다고 발표하는 일정은 이준석에게 물어보고 결정해 달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 대표는 자신과 상의되지 않은 일정에 대해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에 분노하면서 "저와 약속이 잡혀 있던 사람들은 기사보고 일정 바뀌었냐고 문의 오고, 안가면 갑자기 안간 것처럼 되어서 당내 분란을 획책하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준석 일정을 이준석에게 미리 물어보기만 하면 해결된다. 그냥 저에게 요청하는 일정은 사전에 상의하겠다고 하면 되는거다"며 "왜 제가 이런 사실관계 확인을 해주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황당해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아울러 그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총관선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청년-사회적 약자 몫으로 대체'한다고 언급한 윤석열 핵심 관계자라고 지칭되는 익명 익터뷰 기사를 공유하면서 "익명 인터뷰 하고 다니는 그분, 이제 대놓고 공작질을 하고 다닌다"고 비판했고, 급기야 전날밤 이 대표는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면서 사퇴를 연상시키며 '중대결심'에 나설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 사퇴까지 결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이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영입을 꾸준히 주장하면서 윤 후보 측이 제안했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의 영입에 대립각을 보여 왔지만 결국은 인사 문제에 있어 윤 후보 측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감정적으로 앙금은 남아 있는 듯해 보인다.
◆ 이준석 선대위 갈등, 김재원 '갈등 부인' vs 김병준 '갈등 인정'
그러나 이날 김재원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선대위가 제대로 완벽하게 짜져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해 빚어진 초기의 차질"이라면서 이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지금 어쨌든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이고 대통령 선거를 지휘하고 있는 입장"이라면서 "(이 대표는) 자신의 역할은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이다. 무슨 선대위를 그만둔다거나 선거에 대해서 다른 생각이 있다든가 그런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무슨 뜻인지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와의 소통 부족의 문제로 인한 갈등 상황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이 대표와 관련된 충청권 순회 일정을 사전에 상의안 한 것에 대해 "기획 단계에서 그 정보가 밖으로 이제 빠져나간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이제 그걸 (이 대표가) 뉴스로 보면 기분이 좀 그랬을 것"이라고 이 대표의 상한 감정을 이해하고 나서며 확대 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다만 김 상임위원장은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영입을 이 대표가 반대했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그렇게 보기 좋은 모습은 틀림없이 아니다"며 "좀 민망한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문제에 대해 "(윤 후보는) 모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게 있었다"면서 "(그래서 윤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직접 사무실에 찾아가서 말씀을 드렸고 모든 게 다 잘된 것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게 아닌 걸로 드러났다"며 아쉬움으로 토로하면서 김 전 위원장의 합류 가능성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 이준석 패싱설에 홍준표 "당대표 겉돌게 하면 대선 망쳐" 경고음
한편 이날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패싱설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였는데, 홍 의원은 자신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 코너에서 받는 질문의 답으로 "당대표를 겉돌게 하면 대선을 망친다"며 "당대표가 상임 선대위원장이 돼 대선을 치뤄야 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설쳐서 대선캠프가 잡탕이 됐다. 벌써 자리싸움이나 하니 참 한심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홍 의원은 다른 질문자의 비슷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떨어진 중진들이 몰려다니면서 당대표를 저렇게 몰아세우니 당이 산으로 간다"고 질타하면서 "밀려난 중진들이 대선보다 자기 살길 찾기에 정신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 반색하는 민주당 "이준석 그만둘지도...김종인 영입도 종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야권의 갈등 국면에 대해 내심 반색을 표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는데,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사실은 대표 패싱이라는 것은 되게 무서운 것"이라면서 "이준석 대표 화날 만하다"고 갈등을 부추기는 듯해 보였다.
강 의원은 중대결심을 연상케 하는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하여 "이준석 대표가 '그러면 여기까지다'라고 하는, 어떻게 보면 그만둘 수도 있다라는 뉘앙스의 해석을 할 수 있는 그런 말을 남겨서 굉장히 갈등이 심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윤석열 후보의 리더십과 연결 지었는데, 그는 "(이 대표가) 물론 나이로 보면 후배지만, 그래도 당대표이고 본인이 대통령 후보가 된 것에 대해 충분히 지원할 의사가 있는 대표에게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니가"라면서 "이런 게 후보로서 단점"이라고 저격했다.
심지어 그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종인 위원장 종 쳤다, 저는 이렇게 본다"면서 "2030 만난 자리에서 어제는 뭐 국민멘토 다 필요 없고 2030 필요하다까지 이야기 나온 것 같다. 저렇게 어른한테 함부로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하며 야권의 선대위 파열음의 상황을 즐기는 듯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