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김종인, 전권요구 안 했다”…이준석 “어떻게 하겠단 건지 보겠다”

(좌측부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신문DB
(좌측부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확정된 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윤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신경전을 벌이는 듯 비쳐지고 있는데, 표면상 갈등은 없다면서도 제각기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윤 후보는 후보로 선출된 뒤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도와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내놨었지만 김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채널A 유튜브 ‘20대 대선을 말하다’에 나와 선대위 구성과 관련 “아직 내가 총괄선대위원장 제의 받은 적 없고 윤 후보로부터도 아무 얘기 들은 적 없다”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게 될 것 같으면 선거를 책임지고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윤 후보가 지금 냉정하게 판단할 것은 지금의 캠프가 자기를 후보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책무감에서 이 캠프를 갖고 대선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은 “어떤 사람이 대통령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우후죽순 격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며 이런 이들을 ‘자리 사냥꾼’이라고 표현한 데 이어 “그런 사람들을 제대로 잘 선별 못하면 후보 당선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당선이 된다 해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어떤 인물들이 선대위 구성하는 것이냐에 대한 아주 세심히 고려를 해야 한다”고 역설해 사실상 선대위 재구성을 요구하며 기존 캠프 인사들을 유지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는 경선 캠프의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았던 권성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고 선대위 구성을 맡겨 온도차를 보였는데, 이것이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인사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싸움으로 비쳐질까 우려한 듯 권 의원은 곧바로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 원로분들을 뵙고 의견을 청취하겠다. 당의 의견을 많이 청취해 당과 함께 선대위 조직의 그림을 그려나가 달라고 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또 권 의원은 자신이 선대위 구성 준비의 가교 역할을 맡았음을 강조하면서 “당이 중심인 만큼 당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도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의 소통은 매우 원활하지만 더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래선지 이 대표도 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하이에나, 거간꾼, 파리떼에 대한 김 전 위원장과 저의 지속적인 언급은 후보에게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행위”라며 윤 후보와 신경전을 벌인다기보다 그를 도와주려는 발언임을 분명히 했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는 권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서도 “실무 처리하겠다는 의지보다 거중조정을 권 의원을 통해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후보가 질서를 잡겠다는 취지”라고 평가했는데, 다만 선대위 구성에 대한 모든 권한을 후보가 갖고 있다면서도 “워낙 본인을 도왔던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조율해내느냐 때문에 고심이 길어진다고 본다”고 덧붙여 캠프 인사들로 선대위를 구성하는 데엔 부정적인 김 전 위원장과는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윤 후보의 시각에 대해 “고민의 지점이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을 찾아뵙기도 하고 전화통화하기도 하고 허심탄회하게 여러 자문을 구했던 그런 관계이기 때문에 후보는 상당히 김 위원장을 우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선 권 의원도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마치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김 전 위원장님은 우리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오셔서 당을 재건해주신 분이며, 이번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도 윤 후보에게 많은 지혜와 경륜이 담긴 조언을 해주셨다. 지금도 잘 소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나 이 대표 모두 한 목소리로 ‘자리사냥꾼’ 혹은 ‘파리떼’를 경계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한편으론 선대위 인적 구성 등에 있어 후보 스스로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후보 본인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선대위를 만들라는 발언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당심에선 상당한 격차로 이겼지만 일반여론조사를 보면 11%P 가까운 차이로 졌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고 어떤 형태의 선대위 구성을 해나가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당심만 바라볼 게 아니라 민심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인데, 지난 8일 김 전 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권 의원도 SNS에 “선대위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것이다. 실력 위주의 실무형 선대위 조직을 구성하고 다른 후보 캠프의 능력 있는 분들도 모실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캠프 인사가 아니라 원점에서부터 과연 어떤 인선으로 선대위를 구성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권 의원이 9일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의 대화에서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전권을 달라는 말씀이 없었다”고 주장한 데 이어 같은 날 언론보도에선 “대선은 선대위 임명장을 수백만 장 주는 게 가장 효율적인 선거운동이다. 대선 치러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제 밥그릇 챙기려고 남의 밥그릇 걷어차고 있다”고 한 윤 후보 측 관계자의 발언도 나와 갈등 여지는 여전히 없지 않은 실정인데, 이 대표도 자신의 SNS에서 “대선 콘셉트를 조직선거로 잡고 익명 인터뷰로 들이밀기 시작한다. 할 말이 없는데 어떻게들 하겠다는 건지 보겠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내놔 과연 윤 후보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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