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철희 만난 뒤 물러선 與…文 “언론중재법 숙성 시간 갖기로 해 환영”

문재인 대통령(좌)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우). 사진 / 박수현 페이스북, 시사신문DB
문재인 대통령(좌)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우). 사진 / 박수현 페이스북, 시사신문DB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여야가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상정을 내달 27일로 미루고 8인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기로 합의했는데, 당초 다수 의석을 내세워 8월 내 강행 처리도 불사할 모양새였던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속도조절에 들어가게 된 데에는 청와대를 의식한 부분도 없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언론중재법 문제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선 신중론은 소수에 그친 채 소속의원 대다수가 강행 처리 입장을 드러내면서 이달 내 통과시키는 쪽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열리기 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회동에 참석한 이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간 청와대는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말을 아낀 채 국회에 공을 넘겨두고 관망했지만 이 수석이 다녀간 뒤 ‘독소조항’으로 꼽히던 일부 조항을 뺀 수정안을 야당에 제시하는 등 일방 처리보단 협상 쪽에 방점이 찍히면서 정치적 부담을 느낀 청와대의 우려에 여당 지도부도 한 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해당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달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온 31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추가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함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 따라서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놔 여당 강경파와 달리 청와대에선 이번 법안 처리와 관련해 온도차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특히 앞서 “국회가 논의할 사안”이라며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급을 삼가던 청와대에서 31일 “소통과 열린 협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한 점은 언론중재법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의식한 반응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실제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를 받아 지난 28~2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여론조사(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권력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48.9%)는 답변이 언론개혁의 역할을 할 것(40.4%)이란 비율보다 더 높게 나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여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 역시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와대가 당에 언론중재법 처리 신중론을 요청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질문이 나오자 “(임기) 6, 7개월 정도 남았는데 아무래도 문 대통령 입장에선 (강행 처리는) 부담스럽다”며 “정기국회 때 국정감사를 끝내고 예산국회를 원만하게 해야 내년 문 정부의 여러 가지 사업들을 이어서 쭉 진행할 수 있는데 만약 예산국회가 파행되면 여당이 다수 의석이니까 통과시킬 수 있겠지만 다음 정부 파열음을 이어받게 하는 요인도 될 수 있으니까 문 정부로선 이번 잘 마무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설명해 청와대와 여당 강경파 간 입장차를 분명히 보여줬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집권여당이 추진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데엔 부담이 있기에 이 수석을 통해 중재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민주당에서도 언론중재법 강행 움직임을 보인 이후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3~27일 전국 유권자 2524명에게 실시한 8월 4주차 정당지지도 조사(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자당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이 4.3%P 하락하고 국민의힘과의 지지율 격차도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지자 결국 8월 처리를 포기하고 청와대처럼 신중론으로 선회하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선지 당초 목소리를 높였던 강경파도 한층 수그러드는 분위기인데, 일례로 31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법안 처리) 실패했다. 대체 뭘 더 양보해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을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을지 모든 직을 걸고 꼭 제대로 더 쎄게 통과시키겠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을 겨냥해 욕설을 연상케 하는 “GSGG”란 단어까지 썼던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박 의장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등 언론중재법 처리를 놓고 홍역을 치렀던 여당 내부도 수습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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