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여론조사 지지율 반등 본격화하자 이재명, 강성 친문에 ‘납작’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장기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두를 달려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본경선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친문 행보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나와 이틀 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 단체장 회의에 참석한 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는데, “대통령께서 회의가 끝나고 집무실에서 차를 한 잔 주시더라”라며 ‘마음고생 많았다는 위로인가’란 진행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뒤 “예전엔 공격자, 추격자 입장이었는데 요즘은 방어하는 이미지라 적응이 안 된다”고 근래 선두주자로서 집중 견제 받는 데 대한 속내를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자신의 ‘업보’라고 표현하면서 지난 201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자신과 경쟁한 문 대통령을 공격했던 점을 들어 “막상 당해보니 죄송하다”고 거듭 문 대통령에 자세를 낮췄는데, 1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도 재차 ‘업보’라고 강조하며 “옛날에 제가 한 것에 비하면 (이 지사에 대한 집중견제) 이건 4분의 1밖에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양의 문제는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많이 반성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지사는 여기서 문 정부의 정책 계승 의지까지 내비치며 남북관계, 한반도 문제 관리부터 외교적 영역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경제성장률과 방역 등을 일일이 꼽은 뒤 “저는 민주당 정부의 일원이고 실제로 (지자체장으로서) 행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에서 매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반면 그는 자신이 주장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해온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선 문 대통령과 분리하려는 듯 “홍 부총리가 본인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면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관료 집단이 대통령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통령보다는 관료 탓으로 돌렸다.
이 뿐 아니라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 씨나 강성 친문 당원들이 지지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서도 호평을 쏟아냈는데, 전날 ‘박시영TV’에서 그는 SNS를 통해 적극 입장을 밝히는 문준용 씨의 태도에 대해 “나와 생각하는 스타일이 비슷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양반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가장 바람직한 태도”라고 극찬한 데 이어 조 전 장관에 대해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택적 정의를 행사한 것이고 언론 플레이 해서 (조 전 장관을) 마녀사냥 했다. 저도 똑같이 당했는데 저와 조 전 장관이 동병상련이란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적극 두둔하는 자세를 취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강성 친문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서도 “추 전 장관은 저를 만드신 분이다. 추 전 장관이 당 대표 안 했으면 저는 아마 (당원) 자격 박탈당했을 것”이라며 “추 전 장관꼐 엄청난 신세를 졌다. 제가 곤란할 때 구원도 해주셨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그는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친문 맞고 비문이란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 저도 문 대통령 뽑았고 문 정부의 일원이고 문 정부는 민주당이 만든 정부이며 저도 민주당 정부의 일원으로 책임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며 ‘친문 진영의 반이재명 정서가 이낙연 전 대표로 결집되고 있다’는 시각엔 “갈라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갑자기 이 지사의 태도가 변한 데에는 그동안 여권 대선후보 중에선 사실상 경쟁 후보가 없을 만큼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었기에 정권재창출을 위해선 이 지사에 반감이 있더라도 결국 민주당 소속이라면 자신을 뽑을 수밖에 없을 거란 자신감 때문에 외연 확장성만 떨어뜨릴 ‘친문’ 러브콜을 굳이 할 이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이 전 대표가 야권 선두인 윤 전 총장과 맞붙을 수 있을 정도로 다시 급상승하고 있어 이를 저지하고자 친문 지지층에 적극 구애를 보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이 지사는 ‘옵티머스 연루 의혹’을 거론하면서 이 전 대표에 견제구를 던지는 등 이 지사의 맹추격에 적잖이 긴장한 모양새인데, 추 전 장관을 극찬한 점 역시 여권 대선후보 2위 자리로 올라오고자 그가 현재 이 전 대표를 맹렬히 공격하고 있기에 이 전 대표 견제 차원에서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 본경선에선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기본으로 일반 국민 신청자를 추가해 구성한 선거인단의 100% 투표로 대선후보가 확정되기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이 전 대표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한 이 지사로선 당장 당원 표심에라도 구애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다만 이 같은 일시적 러브콜이 실제 당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