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특사·박영수 지적하는 국민의힘…김정재·홍준표 등 만남 꼬집는 민주당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칭 수산업자 김모씨가 현직 검사와 경찰, 언론인 등 유력인에게 금품을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정·관계 인사들도 만나 선물까지 준 것으로 밝혀지자 여야 모두 즉각 선 긋기에 나서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특히 경찰에 제출된 김모씨 휴대전화 안에 있는 선물 배달 대상자 27명 명단 중엔 박지원 국정원장, 박영수 특별검사,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김무성 전 의원 등을 비롯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지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포함돼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야권에선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김모씨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던 전력을 꼬집어 특사 경위를 밝히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의혹의 화살을 겨눴는데, 그러자 친문 핵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김 최고위원은 특사의 경우 형기에 대한 복무기준이 없다고 했는데 2016년 박근혜 정부 마지막 8·15특사에서도 같은 기준이 있었다. 김 최고위원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어서 자신들이 적용한 특사 기준을 몰랐을리 없는데 그걸 갖고 기준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무조건 청와대를 엮으려다 보니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응수했다.
여기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모씨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는 주장과 관련 “(발송) 기록 자체가 없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 선물을 직접 보낼 경우엔 전부 기록으로 남겨놓는다”며 “청와대 로고가 있는 술병은 청와대 바깥에 있는 사랑채란 공간에서도 누구든 구매할 수 있다”고 반박했고 문 대통령의 편지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사용하는 서체가 규정돼 있는데 일단 그 서체가 저희가 사용하는 서체가 아니다”라고 단호히 일축했다.
또 송영길 대표도 지난 7일 정책의원총회에서 “2018년 신년 특사에 김씨가 포함된 것을 두고 청와대를 공격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는데 대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김씨는 국민의힘 지역위원장 출신과 감옥에서 만난 인연으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과 인간관계를 맺고 사기행각을 벌인 걸로 알려졌다. 오히려 사기행각을 가능하게 만든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고 이에 그치지 않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최고위에서 “김무성 전 의원, 주호영 의원은 김씨 인맥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고 김정재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 등도 김씨를 만났던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국민의힘 실상은 부패완판당 또는 비리의힘이 아닐까 싶다”며 김씨에 대한 문 대통령의 특사를 문제 삼은 김 최고위원을 겨냥 “의혹 같지도 않은 의혹을 제기하는 태도는 국민의힘의 조급함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고 역공을 가했고 8일엔 박주민 의원이 정책조정회의에서 “김씨가 사면된 것은 최근 거론되는 116억원 상당의 사기 사건이 아니라 1억5000만원 일반사기 사건이었다. 사면 당시 형 집행률이 80%를 넘어섰고 전과가 2건 있었으나 동종 사기전과가 아니라 사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야당의 공세에 반격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지난 6일 강민국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박영수 특별검사는 김씨에게 3~4차례 대게와 과메기를 선물로 받고, 고가 차량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대게와 독도새우 등의 선물을 무상으로 받았다고 한다”며 “청탁금지법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1회 100만원, 연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연 대가성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박 특검과 박 원장을 꼬집어 당청을 압박했다.
결국 박영수 특검이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하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사태를 빌미로 꼼수 퇴직하려는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이들의 사퇴서를 은근슬쩍 수리해선 안 된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손뼉을 쳐준다면 같은 공모자가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 경고했는데, 이 같은 압박에도 문 대통령은 이날 박 특검의 면직안을 재가하고 이를 국회에 통보했다.
오히려 민주당에선 박 특검을 고리로 국민의힘이 대여 공세를 벌이자 야권 대선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에게로 공을 넘겼는데, 박주민 의원은 이날 “윤 전 총장이 몸 담은 박영수 특검팀의 박 특검을 비롯한 이모 부장검사가 김씨의 금품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있고 오늘 보도에 따르면 특검의 핵심인 수사지원단장도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이었던 사람 역시 김씨의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해서 입건됐는데 윤 전 총장이 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이런 상황이 우연에 불과한 것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문 정부에선 이번 사건을 아예 검찰개혁 추진 명분으로까지 삼으려는 모양새인데,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 7일 현직 검사들이 김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소개를 받는 일종의 스폰서 문화 같은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장관으로서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8일엔 “어제 감찰관과 감찰담당관, 새로 전보 온 감찰 담당 검사들을 불러 진상파악을 지시했다”며 과거 윤 전 총장이 소속됐던 ‘특수부’를 겨냥 “이 사건이 2019년 일이니 엊그제 일 아니냐. 거론되는 검사의 특수한 이례적 현상이기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수산업자 파문과 관련해선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12월 김씨와 만나 식사를 하고 그 후 한 차례 선물도 받았다고 밝히는 등 수그러들기는커녕 연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데,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