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 “167분의 이름을 새겨 기리고자 한다. 70년간 몰랐던 것 부끄러워”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법무부가 서울남부교정시설에 6·25전쟁 당시 순직한 교도관들의 이름을 새긴 충혼탑을 세워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법무부는 5일 오후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정시설에서 열린 순직 교도관 충혼탑 제막식을 진행했는데, 김홍옥 간수, 황용수 간수부장, 김도룡 간수장, 우학종 소장 등 교도관 167명의 이름이 새겨졌고 이 중 74명은 이번 충혼탑 건립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된 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막식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순직 교도관 유족 대표, 6·25 참전 교도관,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신용해 교정본부장, 이태희 대한민국재향교정동우회장, 황우종 교정위원 중앙협의회장, 지방교정청장 및 경인지역 교정기관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는데, 충혼탑 건립 지시를 내렸던 한 장관은 이날 제막식에서 직접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여기 167분들은 압도적인 공포와 타협해 눈 한 번 질끈 감고 도망갈 수 있었음에도 그때 그곳에서 공포에 반응하지 않고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으로 167분의 교정공직자들은 불멸이 되셨다”며 “70년 후 선진국이 된 자유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후배 공직자로서, 법무부장관으로서 167분의 이름을 소박한 돌에 새겨 기리고자 한다. 이런 분들이 계셨다는 걸 70년간 몰랐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2023년 6월에야 대한민국 정부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한 장관은 6·25전쟁 당시 상황을 들어 “패색이 짙었고 공포는 모두에게 전염병처럼 퍼져 있었다. 적들이 몰려오고 있었고, 평소 쏴본 적도 없는 소총 한 자루를 손에 들고 있었으며 사실 거기 그분들이 있다는 것을 신경쓰는 사람조차 별로 없었다”며 “그 적막 속에서 167분은 예정된 자신의 죽음과 그 후 남겨질 사랑하는 가족들이 평생 겪게 될 생활고와 고통을 생각했지만,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그 자리를 지켰다. 그날 예정된 죽음과 고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신 167분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진국이 된 2023년의 대한민국이지만 동료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 분들에 대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7년 전 군복무 중 순직하신 21살의 고 홍정기 일병님은 ‘자신에게 군대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민국 같이 좋은 나라에서 태어난 운을 보답하는 것’이러고 답했다”며 “나처럼 무딘 사람도 그 문장을 보고 눈물이 났다. 홍 일병님이 말한 그 ‘좋은 나라 대한민국’에 걸맞은 제도를 만들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공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