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동의 없이 공개된 명단에 정치권 일제히 맹폭
정진석 "잔인, 비극 이용하는 무도한 행위 중단해야"
윤한홍 "비극 가리지 않는 DNA에 이젠 두렵기까지"
한동훈 "무단공개 법적 문제 있어, 비극 이용에 개탄"
유승민 "공개 주장한 이재명, 분명한 입장 밝혀 달라"
조정훈도 가세 "이재명, 죽음의 정치 이제 그만 하라"
이견 갈린 민주당, 강훈식 "유족 동의 안구한 건 문제"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포커스DB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야권 성향의 온라인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유족의 동의없이 공개하여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유족의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유족의 아픔에 또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라면서 "반드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를 가슴에 묻었는데, 그 슬픔이 얼마나 클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며 "저는 유족의 동의 없는 일방적 희생자 명단 공개에 분노한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정치가 잔인하다 못해 무도해졌느냐"고 개탄하고 나섰다.

이어 그는 "저도 동의 없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가 억대의 벌금을 물은 바 있다"면서 민주당을 향해 "지금이라도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이용하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시라"고 쏘아 붙였다.

앞서 전날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는 '진정한 애도가 되길 바란다'면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유족의 동의 없이 공개하여 논란이 벌어졌는데, 현재 정치권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문제 제기와 함께 정서적으로도 '선 넘는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분위기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실제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같은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족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무단공개는 법적인 문제가 있다"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그런 단체(더탐사)가 총대 메듯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성명서를 통해 "희생자 명단공개 요구는 민주당이 주도해 왔고, 이재명 대표가 나서 공개적으로 희생자들의 이름은 물론, 얼굴 공개까지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정작 희생자 명단이 공개되자, 정작 민주당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고 나섰다.

더욱이 윤 의원은 "명단을 공개한 이들은 허무맹랑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한 '민들레'라는 시민단체"라면서 "(이들은) 의견이 다른 정치집단을 공격하기 위해 거짓 의혹제기와 정치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이들에게 타인의 슬픔, 아픔, 희생, 죽음은 그저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면서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는 남의 아픔이나 국가적 비극을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하는 DNA가 이젠 두렵기까지 하다. 참 나쁜 사람들이다. 개탄스러움을 넘어 제가 다 부끄럽다"고 비난에 가세했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 때리기'에 앞장서 왔던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날 "더탐사와 민들레는 무슨 권리로, 무슨 목적으로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명단을 공개한 것이냐. 더탐사와 민들레는 명단 공개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더탐사와 민들레의 명단 공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특히 유 전 의원은 "참사의 원인과 국가의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드는 것은 정치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며 "그러나 희생자와 유가족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참사를 악용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더나아가 야권인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이재명 대표님, 희생자 명단 공개 이제야 직성이 풀리시냐"고 비꼬듯 비판을 가하면서 "죽음의 정치, 이제 그만 하시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한편 희생자 명단 공개를 주장했던 이재명 대표는 아직까지 해당 논란에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견을 갈리는 듯한 기류가 흘렀다.

실제로 이날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그 언론들이 왜 그랬는지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데, (사실) 처음부터 이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너무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했다고 하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라고 두둔하면서도 "(그래도)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사실상 잘못됐음을 꾸짖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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