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것…대통령은 국가 보위할 책임 있어”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할 수 없다고 한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해 “어느 특정인을 겨냥해서 한 얘기는 아니고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대통령의 주사파 발언으로 야당이 반발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은 헌법상 우리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위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침 그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답변을 그렇게 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그는 전날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한 당협위원장이 최근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거론하며 ‘종북 주사파 세력에게 밀리면 안 된다’고 발언하자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고, 안보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런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확신을 갖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정치적 논란이 일어날까 의식한 듯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과는 타협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정신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헌법정신과 대통령의 책무를 강조한 발언을 두고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자당을 겨냥한 게 아니냐며 크게 반발했는데,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한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전직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하더니 윤 대통령은 제1야당을 종북 주사파로 매도하는 것이냐”라며 “윤 정부에게 민주당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보복 대상이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 탄압의 화신이 되고자 한다면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민주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도 감행됐던 만큼 민주당에선 윤 정부가 야당에 대한 정치 탄압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약식회견에서 “수사에 대해선 저 역시도 언론보도나 보고 아는 정도고 자세한 내용은 제가 수사내용 챙길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면서도 “그렇지만 야당 탄압이란 얘기가 나오면 지금 야당은 여당 시절에 언론사 상대로 며칠 동안 압수수색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런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민주당에선 이날 오전 개최한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국정감사 중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치가 아니라 이것은 그야말로 탄압”이라며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 조작으로 야당 탄압하고 정적 제거하고 정권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윤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리는 등 여전히 정치 탄압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