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송영길 배제' 놓고 몸살, '혁신공천' vs '계파공천'

(왼쪽부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송영길 전 대표, 손혜원 전 의원.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송영길 전 대표, 손혜원 전 의원. 시사포커스DB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묶고 '혁신공천'을 강조하면서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서울시장 공천 대상에서 배제키로 결정이 내려지자 당내에서 '계파공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면서 다시 민주당이 계파 갈등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 전략공천위, 송영길-박주민 공천 배제 결정···박지현 "잣대 달라" 맹폭

민주당에 따르면,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은 전날밤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에서 서울시장 공천 배제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에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 전 대표와 박 의원 배제 결정을 당원과 서울시민,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 공동비대위원장은 전략공천위원회를 겨냥해 "(송 전 대표는)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당 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면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충북도지사 후보로 단수공천된 것을 거론하며 "왜 충북과 서울의 잣대가 다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부동산 실패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노 후보자가 송 전 대표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맹폭했다.

이어 박 공동비대위원장은 "서울에 공천 신청한 예비후보가 모두 참여한 공정한 경선을 해야 한다. 누구든 서울시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민주당 경선에 당당하고 흔쾌히 참여해야 한다"며 "전략공관위의 잘못을 바로잡을 책임은 우리 비대위에 있다. 민주당의 공동비대위원장으로서 제가 할 일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그는 "특정 세력의 이해를 반영한 '계파공천'이 아니라 지선 승리를 위한 국민공천이 되도록 지혜를 모으겠다"면서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서울시장 공천을 바로잡겠다"고 외쳤는데, 즉 박 공동비대위원장은 공관위의 결정을 '계파공천'이라고 규정하며 당 비대위 회의에서 공관위의 뒤집을 것을 예고한 것이기에 당내 내홍이 벌어질 조짐을 시사했다.

◆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 박지현 겨냥 "일관성 없어, 혁신공천 흔들지 말라" 비판

반면 서울시장 공천 결정에 반발하며 선전포고를 한 박 공동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은 크게 격노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전략공천위원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영길‧박주민 두 후보의 배제결정에 대한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요청한다. 박 비대위원장께선 대선책임‧부동산책임자의 출마가 부적절하다며 송영길‧노영민(충북지사 출마) 두 후보를 이미 공개 비판하신 바 있다"면서 "혁신공천을 흔들면 안 된다"고 쏘아 붙였다.

이 전략공천위원장은 "이번 전략공천위의 결정은 박 공동비대위원장이 지적했던 명분 없는 출마가 가져올 부작용, 전국선거에 미치는 악영향뿐만 아니라, 최근 인천에서 주목되는 지지율 저하, 전략공천위가 실시한 여러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종합한 것"이라면서 "경쟁력은 우위가 아니고 부작용만 큰 후보군을 우선 배제한 고심 어린 결정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는 박 공동비대위원장을 향해 "혁신공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충북공천의 문제를 지적한다면 한편 이해가 되지만 그 결정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이었지 전략공천위의 결정이 아니었다"며 "그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박 비대위원장이 이끌고 계신 비대위가 바로잡으면 된다. 비대위가 충북공천에 대해 시정하려는 노력은 없이 정작 본인이 지적한 방향대로 (공천배제를 한) 전략공천위의 고심 어린 결정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전략공천위원장은 "(박 비대위원장이) 난데없이 계파공천 운운하는 것은 그 일관성, 진정성, 의도를 의아하게 한다"며 "더구나 저는 '명낙(이재명-이낙연)대전'으로 흔히 표현되는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제게 계파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인 것"이라고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략공천이야말로 어떠한 계파적, 친분적 고려가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는 이번 결정의 책임자로서 오직 지방선거 승리만을 기준으로 제 정치적 양심과 의원직, 정치생명을 건다는 각오로 임했다"면서 "(그런데) 계파적 결정이 아닌 것을 '계파공천'이라 하는 것은 오히려 계파적 시각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특히 이 전략공천위원장은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의 서울시장 배제에 대해 "이번 배제 결정은 옳은 것"이라면서 "비대위는 논란과 혼선 없이 이번 결정을 추인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윤호중 반격, 송영길 공천배제 유출 경위 조사 진행 "유출자, 징계할 것"

한편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의 공천배제 결정이 언론에 알려진 것을 두고 격노하면서 "오늘 비대위 회의 전에 저는 윤리 감찰단에 전략공천위 결정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해서 징계할 것을 직권명령했다"고 밝히면서 "전략공천위가 논의할 수 있는 기구인 건 맞다. 하지만 비대위의 전략공천권한을 위임받아 심사하는 기구로 전략공천위가 결정사안이나 심사 자료에 대해서 철저한 비밀을 엄수하도록 의무 부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에서 '친명계(친이재명)'과 '친문계(친문재인)'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어 이번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특히 '친명계' 인사들이 이번 서울시장 공천에 송영길 전 대표를 낙점했지만 '송영길 비토론'이 커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전략공천 지역'이라고 선언하여 임시방편으로 논란을 잠재웠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반명(반이재명)'의 인사들이 '송영길 배제 선언'으로 선수친 것이라고 분석하며 민주당 내 권력을 잡기 위한 계파간의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 공천 배제 결정에 송영길 "이재명 정치복귀 반대로 선제타격의 의미인 것"

실제로 송 전 대표는 이날 경인방송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에 출연하여 "송영길이 대선에 책임을 지고 출마를 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재명 후보의 대선 패배 책임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이재명 전 후보의 정치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즉, '이재명의 민주당'에서의 서울시장 후보는 자신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얘기로 들리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며 '경기지사'에 출마하는 정성호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직 내 정치적 생존과 이를 담보할 계파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제 할 말은 해야겠다. 이런 작태들을 용납하는 건 너무나 비겁한 일이다. 최소한의 원칙과 상식을 지키지 않고, 기본적인 공정과 정의마저 무시하는 행태를 용납할 수는 없다"고 맹폭하며 송 전 대표의 공천 배제 결정에 분노했다.

이에 더해 이재명계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남국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민주적 원칙을 깨뜨린 공천이고, 우리 민주당의 자산을 '셀프 디스'한 공천인 것"이라고 비판하며 "다시 경선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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