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덕수에 '올드보이' 프레임 가동 분위기
국힘, 민주당 송곳·칼날 검증 예고에 우려 목소리
김기현 "거대의석 힘자랑, 정략적 계산 말길 바래"
김근식 "참신·개혁 보단 순조로운 출범이 더 중요"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이 이끌 새정부의 초대 총리로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 전 총리에 대해 '송곳 검증'을 예고하며 윤석열정부와의 전쟁 시작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칼날 검증을 예고하고 나선 것에 대해 "거대 의석으로 힘자랑하려는 듯 벌써부터 청문회에서 몇 명 낙마시키고 당의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면서 민주당을 향해 "정략적 계산을 버리고 제1야당의 품격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한 후보자에 퇴짜 놓을 것을 우려한 듯 민주당을 향해 "당리당략적 정치공세와 공연한 트집 잡기는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면서 "'검사 사칭', '무고죄', '음주운전' 등 전과 4범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그와 다른 도덕성 기준을 요구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선전 포고로 맞불을 펼쳤다.
앞서 전날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덕수 후보자 지명이 발표되자 마자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한덕수 지명자가 총리직을 수행했던 15년 전과 달리 대한민국은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 중립, 신냉전 국제 질서, 고령화와 청년 불평 문제 등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들에 직면했다. 변화된 조건에 맞는 대한민국 미래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민주당은 국무총리 청문 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되면, 한덕수 총리후보자의 국민통합 실천 의지, 대한민국 핵심 과제 해결 역량, 책임총리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특히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무총리부터 장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실력이나 전문성, 도덕성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높아졌기에 면밀하고 엄정하게 검증하는 것이 맞다"면서 "고향이 어디냐, 어느 정부에서 일했느냐 등은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다. 팔이 안으로만 굽을 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같은당 김영배 의원도 이날(4일)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하여 한덕수 지명자에 대해 "15년 전에 총리를 한 분"이라고 강조하면서 "무색무취한 관리형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최악을 면하고자 하는 올드보이의 귀환 아니냐는 평들도 많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바람과는 거꾸로 가는 일방 주도형 모습을 많이 보이다보니 관리형을 임명한 거 아닌가 싶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민주당은) 철저한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 후보자가 과연) 대전환의 시대를 이끌 리더십과 정치적 역량을 가졌는지,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당선자와의 관계에서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가지면서 책임총리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욱이 장경태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15년 전 총리를 지낸 분'이라면서 "시대도 많이 변하고 여러 가지 어떤 사회적 가치들도 많이 변화했기에, (한 지명자가) 과연 시대정신을 반영한 분인지 또 윤 당선인과 국정철학을 함께 할 수 있는 분인지 먼저 좀 판단하면 좋겠다"고 결을 같이하며 민주당에서 '올드보이 프레임'을 꾀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서는 한 지명자가 참여정부 시절의 총리를 지낸 만큼 민주당에서 강하게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무난한 인선'이라고 평가하면서 인준을 낙관하는 눈치였는데,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윤 당선자가 경륜과 협치를 핵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특히 민주당하고 협력하는 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일하고 총리까지 했지 않았느냐"면서 "민주당도 근거가 있어야 반대를 할 텐데 앞으로 어떤 근거를 찾아낼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하 의원은 일각에서 '무색무취한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너무 자기 개성이 강한 것이 민주당하고 관계에서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총리는 무색무취한 게 단점은 아니다"고 상황을 짚기도 했다.
심지어 이준석 대표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방점이 경제와 민생,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제고 등에 찍혀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훌륭한 인선이다"고 평가하며 한 총리 지명을 환영하고 나섰고, 같은당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윤석열정부의 안정적인 출발이 제일 우선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출발을 위해서는 가장 무난한 사람으로 선발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은 "(한 지명자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를 두루 중용된 분"이라고 강조하면서 "물론 일각에서는 참신성이라든지 개혁성이라든지 또는 윤 당선인이나 새로 등장하는 윤석열정부의 정체성 이런 것과 과연 이게 좀 아쉽지 않느냐는 평가도 있지만, (윤 당선인은) 어찌 됐든 지금 정권교체가 되는 상황에서 정부 출범이 순조롭게 되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아마 본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