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까지 흔들릴 조짐에 이낙연 “모든 역량 모아 지지 호소할 것” 일성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대선 판세에 있어 위기감을 느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이낙연 전 대표를 내세워 과연 국면 전환에 성공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재명 부진에 급했나? 이낙연에 송영길보다 높은 직급 준 민주당
앞서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와 당 선대위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그간 국가비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선거를 도와왔으나 이제 선거 전면에 나서서 선대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대선 경쟁 상대였던 인사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주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총괄선대위원장이란 직 자체가 송영길 대표가 역임하고 있는 상임선대위원장보다도 높다는 점에서 사실상 선대위의 운전대를 이 전 대표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면서 우 본부장은 “이 후보와 선대위는 이 선거의 매우 중요한 포인트, 시점에 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이 전 대표를 모시기로 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가진 경륜과 경험, 리더십으로 선대우가 크게 변화해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는데, 우 본부장과 송 대표는 물론 이재명 후보까지 이미 설 연휴 직후부터 이 전 대표에게 간곡히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해줄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까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만큼 우 본부장 발언처럼 중요한 시점인 것은 맞지만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이라고 표현한 점에 비추어 민주당이 현재 승리한다는 자신감보다는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특히 설 연휴 직후부터 요청했다는 점도 국면 전환의 기회로 여겼던 설 연휴 전 첫 대선후보 TV토론조차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이 후보에 유리하도록 판세를 흔들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 ‘갑질 의전’ 논란부터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성대모사해 “이재명 지지한다”는 만들었다가 친노 지지층에게도 거센 비판을 받았던 ‘노무현의 편지’ 영상 논란 등 이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할 사안이 잇따라 쏟아져도 지지율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제대로 대응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령탑의 필요성도 절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한 뒤 송영길 대표가 자당의 지지기반임에도 불구하고 광주 현장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보다도 늦게 내려갔던 반면 설날에도 광주 무등산까지 오르는 열성을 보였던 이 대표는 호남에서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율 목표치를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는 등 민주당 본진까지 흔들기 시작하자 호남 표심을 안정시키고자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에 다급히 SOS를 요청하게 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유권자 1011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54.7%, 윤 후보는 28.5%로 나오기도 했는데, 동 기관 조사기관이 함께 실시한 TV토론 후 이미지 좋아진 후보 여론조사마저 윤 후보가 40.9%로 이 후보(31%)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와 TV토론조차 이 후보에게 반전카드가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라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이 여전한 일부 친문·친이낙연 성향 유권자들도 없지 않아 ‘원팀’ 결속 차원에서라도 이 전 대표에 적극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우 본부장은 이 전 대표의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의 의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주저하는 분들과 호남 등에는 바로 신호가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으며 이 후보와 가까운 정성호 선대위 총괄특보단장도 9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나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들을 결집시키는 데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하지 않겠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정 단장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면서도 이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 또 중도층이라든가 여성층들, 이런 분들에게 민주당의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가장 중요한 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고 강조했는데, 우 본부장도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모신 것은 요식행위로 모신 게 아니다. 실제 구체적인 전략과 큰 방향도 의논하기로 했기 때문에 지침을 주지 않겠나”라고 이 전 대표에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 이낙연 “억지 변명 않고 민주당 잘못 사죄하겠다”…‘저자세’ 전략?
이 같은 기대 속에 이날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첫 회의 주재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총괄해달라는 당과 후보의 요청을 받고 많이 고민했다”면서도 “대선까지의 기간은 짧지만 그러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많은데 저희는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안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은 고치겠다”며 일단 한껏 자세를 낮췄다.
이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시선을 우선 의식하겠다는 모양새인데, 그래선지 이 전 대표는 “선거는 국민의 신임을 얻기 위한 예민한 경쟁이며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국민의 신임을 얻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이 나오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하기 바란다”며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드린 일이 적지 않은데 억지스럽게 변명하지 않고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죄드리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김씨 의전 논란에 대해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장을 내놨다.
또 현재 호남 지지율이 미진하다는 지적에도 “국민 마음을 얻고자 하면 훨씬 더 낮아지고 진지해져야 한다. 한 두 가지 이벤트로 마음을 얻고자 하는 생각은 허망한 것”이라며 “호남인들의 걱정, 고민이 무엇인지 좀 더 가깝고 낮게 파악하고 접근하고 호소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다만 당장 김혜경 논란만 해도 이 전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놨지만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앞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사과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수습되겠나. 후보가 적정한 선에서 이미 유감표명을 했다고 본다”고 온도차를 보인 바 있어 겸허한 자세를 주문한 이 전 대표의 전략이 당내에서부터 제대로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듯 이 후보부터 원내지도부까지 한 목소리로 이 전 대표의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에 환영 입장을 내놨는데, 이 후보는 “많은 경험을 갖고 역량이 뛰어나시기 때문에 현재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돌파해주리라 믿는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정말 든든하다는 말씀 드리고 큰 기대와 함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 與 사령탑 바뀌자 김혜경 사과도?…견제 나선 국힘 홍준표 “尹 위해 뛸 것” 맞불
한 발 더 나아가 윤호중 원내대표는 “당의 172명 의원단을 대표해서 이 전 대표의 위원장 수락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 말씀을 드린다.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 만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선대위, 그러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겸손한 선대위, 더 많은 국민께 사랑받는 선대위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는데, 이처럼 이 전 대표에 적극 힘을 실어주는 기류 때문인지 ‘갑질 의전’ 논란에 대한 김씨의 직접 사과엔 당초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던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조차 이날 당사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총괄선대위원자의 입장 표명도 있었고 그 문제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논의 중”이라고 사과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록 이 전 대표가 김씨 논란에 대한 사과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법은 제 업무가 아닌 것 같다”며 실무선으로 공을 넘기기는 했으나 “진솔과 겸허라고 하는 게 무엇을 의미할지 잘 생각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민주당의 대응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운영 방침에 대해서도 “하드웨어 쪽은 변화하기엔 시간이 촉박하고 소프트웨어는 변화하기 쉽지 않겠느냐. 소프트웨어는 선대위 내부 공기나 문화”라고 밝혀 이 전 대표 체제 하에서 어떤 선대위로 변모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이 이 전 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앉히면서 원팀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자 국민의힘에서도 이에 맞서는 움직임이 감지됐는데, 윤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일 힘든 경우가 선거 때 본선 패배보다 경선에서 패배했을 경우다. 경선에서 패하면 본선까지 옳고 그름을 논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해야 하며 경선승리자의 본선 승리를 위해 견마지로로 뛰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이제 대선까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윤 후보를 적극 돕겠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홍 의원은 이미 지난달 29일 윤 후보의 선대본부에 상임고문으로 합류한 바 있지만 이날 굳이 “윤 후보를 위해 견마지로의 심정으로 뛰겠다”고까지 공언한 데에는 이 전 대표가 “모든 노력을 쏟겠다”며 선봉에 나선 데 대한 맞불 차원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여야 대선경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원팀’ 결속이 속속 이뤄짐에 따라 세 결집을 통한 총력전에서 과연 어느 후보가 웃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