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승리 위해 함께 노력”…국가비전통합위 공동위원장 맡기로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그간의 잠행을 깨고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 이후 51일 만인 23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나 도와달라는 그의 부탁을 수용하고 선대위에 국가비전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이 후보의 요청으로 이뤄진 오찬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이 후보와 제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를 만들어 이 후보와 제가 공동위원장으로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제가 활동 과정에서 때로 후보, 당과 좀 결이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인데 그에 대해 후보도 수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강조했는데, 사실상 활동을 하지 않던 것이나 다름없어 갈등설까지 나올 정도였던 선대위 상임고문 시절의 모습과 달리 적극 돕겠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어 원팀 기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록 이날 회동에 앞서 이미 지난 10월 24일 두 사람은 인사동 찻집에서 경선 후 처음으로 만나 손을 맞잡은 바 있지만 그날 회동 이후로 이 전 대표는 이달 초 이 후보의 ‘매타버스’ 호남 방문 때는 물론 지난 17일 이 전 대표가 만든 대표적 정책인 ‘신복지’를 내세운 신복지위원회 출범식에조차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이 후보의 전북 순회 때 함께 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는 대조적으로 이 후보를 위한 공개적인 지원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아직 이 후보에 대해 경선 당시 앙금이 남아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에 이 후보도 힘을 얻은 듯 “존경하는 이 전 대표께서 지금까지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주셨다. 지금 본격적으로 필요한 조직에 직접 참여해 민주당의 4기 민주정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제가 부족한 점이 많은데 우리 대표께서 많이 채워주실 것으로 생각 된다”고 아주 반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원래 당이란 게 많은 분들의 의견이 조정, 통합되는 과정 자체를 말하기 떄문에 대표님이 가진 특별한 경험과 경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충분히 말씀하시고 그게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는데, 회동 전에도 식당에 먼저 도착해 있다가 이 전 대표를 환대했던 그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 대표님이 많이 좀 업어 달라”고 이 전 대표에 적극 다가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이 이뤄진 이날은 대선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전남 지역을 순회하며 호남 민심에 지지를 호소한 날이기도 해 이에 견제구를 던지고자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앞서 이날 오전 윤 후보도 페이스북에 “민주주의와 통합의 상징인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한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민주당이 민주주의 정신을 저버리고 국민들을 갈라치는 정치를 하고 있다. 김대중 정신을 잊은 민주당을 호남에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글을 올려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윤 후보는 이용호 의원, 박주선·김동철·윤영일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에 합류한 호남 인사들을 내세우면서 호남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에 ‘집토끼’ 사수 차원에서 이 후보도 이 전 대표를 향해 회동할 것을 요청하게 된 것으로 보여 이번 이 전 대표의 선대위 합류가 이 후보에 어느 정도로 호남 표심을 결집시켜주는 힘이 되어줄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