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 “모든 일정 중단하고 숙고”…여영국, 선대위원 일괄 사퇴 결정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돌연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칩거한 이후 당 대표조차 자당 대선후보와 연락이 닿지 못하면서 대선을 55일 앞두고 정의당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3일 “당 선대위는 현재 선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이 일괄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기자단에 공지를 보내 선대위 일괄 사퇴 결정을 밝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 앞서 심 후보를 만나고자 이은주 의원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의 심상정 의원실을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으며 심 후보 측근들까지도 전혀 후보와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여 대표는 심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실은 후보와 소통되고 있는지 파악하러 왔으나 의원실도 후보의 전화가 꺼있어 소통이 안 되는 것을 확인했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앞서 심 후보는 전날 선대위를 통해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가겠다”고 한 뒤 칩거에 들어갔는데, 여 대표는 이 같은 발표에 대해서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듯 “원래 지난해 11월에 1차 선대위 발족할 때 1월 중하순경 2차 선대위를 구성하기로 했었다. 2차 선대위 구성 때는 어려운 현 상황을 타개할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최종적으로 후보를 만나 상의하려 했는데 후보가 어제 숙고에 들어가겠다고 말해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 대표는 “숙고의 시간이 좀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 이틀 선거운동 더한다고 후보가 그에 대해 마음 두진 않을 것”이라며 “내게도 그런 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현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때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당은 후보의 판단을 존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후보 사퇴설이 나오는 데 대해선 “그동안 후보가 이번 대선 출마가 자신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몇 번을 말해 그 점에서 나는 심 후보를 믿는다”며 ‘후보 단일화 통한 사퇴 없이 완주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후보가 모든 것을 열어놓고 판단하겠지만 본인이 대선후보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몇 차례 밝혔기에 마지막 소임을 다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날만 해도 심 후보 사퇴설을 일축하려는 듯 사퇴 가능성에 선을 긋는 입장이 나왔으나 정작 심 후보와 어느 누구도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추어 보면 심 후보 스스로 후보직 사퇴를 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심 후보가 전날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민심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대안으로서 국민들에게 아직 믿음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답답하고 많은 고민이 된다”고 밝힌 점도 사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심 후보가 선거전 중단을 선언한 이유는 스스로 밝혔듯 소수정당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두 자릿수대 지지율로 올라선 반면 자신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당장 엠브레인퍼플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해 1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안 후보 지지율은 2%P 오른 14%로 상승한 데 반해 심 후보는 별 변화 없이 3%를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라 지지율 답보 상황을 타개하고자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진보당·녹색당·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 등과 함께 추진하려던 노동계-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도 사실상 무산됐는데, 이번이 4번째 대선 도전인 심 후보가 결국 그 어떤 돌파구도 찾기 어려워지자 연락을 끊은 채 장고에 들어가게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대선이 끝나고 3개월 뒤 6·1지방선거도 있기 때문에 심 후보가 이번 대선을 중도하차하기도 쉽지 않은데, 일단 정의당은 대책을 논의하고자 이날 오후 잡았던 대표단과 의원단 연석회의도 취소한 만큼 여 대표가 앞서 이날 오전에 밝혔던 대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심 후보의 자택까지 찾아가 대선 완주 여부에 대한 그의 의중을 확인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