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내란·학살 사건 주범, 결코 용서 못받는 범죄"
심상정 "오월의 빛 되찾는 일, 중단 없이 지속되야"
국민의힘 "싫든 좋든 한국사 한 장면 기록했던 분"

고인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우). 시사포커스DB
고인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우). 시사포커스DB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5·18 광주학살과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8시 55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별세한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의 사망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애도보다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센 분위기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3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라면서 "전두환씨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반성·사과를 안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최하 수백명의 사람을 살상했던,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께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 이 중대범죄 행위를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꼬집으면서 "현재 상태로는 아직 조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통령 예우가 박탈됐으니 전두환씨가 맞다"며 '전두환씨'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 조오섭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런 사과도 없고, 진실규명에 대해 왜곡만 하고 반성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에 대해서 화가 난다"고 비판했고,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역사적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며 "아쉽게도, 고인은 진정한 사과와 참회를 거부하고 떠났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후 8년여를 철권 통치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유린한 것에 대한 참회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의당에서도 비판을 쏟아 냈는데, 심상정 대선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두환 씨는 떠났지만, 전두환의 시대가 정말 끝났는지, 이 무거운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그렇기에 오월의 빛을 되찾는 일은 중단 없이 지속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 후보는 "그늘에 가리워진 진실들을 발굴하고, 책임자들에게 단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고, 여영국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헌정질서를 유린한 군사쿠데타 범죄자 전두환씨가 역사적 심판과 사법적 심판이 끝나기도 전에 사망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혐의로 기소된 그가 29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사망한 것은 끝까지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사법 정의를 농단해온 그의 추악한 범죄가 80년 5월로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 범죄임을 말해준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전두환씨의 죽음은 죽음조차 유죄"라며 비판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여권에 비해 숙연한 자세를 보였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사건의 주역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책임이 막중하다"고 꼬집으면서도 "싫든 좋든 한국사의 여러가지 논란을 벌였던 분이고, 한국사의 한 장면을 기록했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김 원내대표는 "인간적으로는 돌아가신 것에 대해, 어쨌든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조문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라며 조문에 나설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윤석열 대선후보는 전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한 메시지와 조문 여부는 아직 결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그간 '다발성골수종'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고,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날 전 전 대통령이 유언으로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고 남겼다고 전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장례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치를 예정이고, 화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 전 비서관은 "광주 피해자 유족에 대한 사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면서 "전 전 대통령이 33년 전인 11월 23일 백담사 가던 날 성명에서도 발표했고, 5·18 피해자한테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도 밝혔다. 광주 청문회 때도 그런 말을 여러차례 했다"고 거듭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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