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미진하면’ 조건 단 李와 ‘대통령 되면’ 조건 단 尹, 안 하겠다는 뜻?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조건을 달고 있어 사실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관훈클럽 토론회 당시 대장동 의혹 특검에 대해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으면”이란 조건을 달았었는데,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수사는 수사의지를 의심받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미진한데 미진하면 특검 받겠다는 것은 안 받겠다는 말장난”이라고 곧바로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즉각 수용하지 않으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국민의 확신에 따라 선거를 질 것이고 그러면 어차피 엄정한 수사를 받을테니 조건부 수용이라는 애매한 입장으로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국민은 초대형 부동산 사건의 수사대상인 이 후보가 이런저런 조건을 내세우는 것을 좋게 바라보지 않기 떄문에 특검은 즉각 구성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이 후보를 압박했다.
특히 같은 당 김기현 원내대표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특검 도입 여론이 60%에서 심지어 70%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후보가 대장동 특검을 수용키로 한 이상 오늘 당장이라도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법 처리를 위해 만나자”고 압박수위를 한껏 높였는데, 하지만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전날만 해도 “검찰이 그동안 자금 사용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유감스럽다. 수사가 미진해 특검 도입해야 한다면 여야 협의를 통해 특검법 협상하겠다”고 했던 모습과 달리 11일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저희는 검찰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다소 온도차 있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윤 원내대표가 “야당이 연락해오면 협상을 피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인데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2월부터라도 특검 논의가 시작 가능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여야 합의만 하면 되지 않겠나. 검찰 수사가 곧 종료될 것이라 본다”고 연내 논의 가능성까지 열어둔 만큼 아예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일단 연내 특검 출범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논의’일 뿐이고 여야 간 합의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특별검사 실질적 임명권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최대한 질질 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단 대장동 특검 문제 뿐 아니라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지난 8일 한국교회총연합회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이고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내놔 사실상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한 평등길 행진’ 행사에서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이 긴급하지 않다고 했는데 나중에 제정하려거든 대통령도 나중에 하라”라고 이 후보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제1야당 대선후보인 윤 후보는 반대로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원 투입해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가 경쟁후보들로부터 실제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이 후보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은 안 되고 대통령 되면 하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일이다. 취임 후에 국채로 빚내서 하겠다는 것은 국가부채 걱정하는 윤 후보와 안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라 안 후보 역시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어처구니없는 것은 왜 50조원인지는 100일 후에 설명하겠다고 한다. 일의 앞뒤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윤 후보의 발언을 꼬집었는데, 결국 시행 시점을 대선 이후로 미뤄두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의미로 비쳐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