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노무현이 세우려 던 가치, 우리 당에서 발전시킬 것”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호남 행보에 이어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6·25전쟁 71주년을 맞은 이날 오전엔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6·25전쟁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보수우파 표심에 호소하는 안보 행보를 했지만 오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친노 측 진보 표심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엔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계시고자 했던 대통령님, 그 소탈하심과 솔직하심을 추억하고 기립니다”란 내용의 방명록을 남겼으며 당 대표 경선 당시 경쟁후보들로부터 공격 받은 소재였던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장학생으로 선정됐던 사실에 대해서도 이날은 오히려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스스로 꺼냈는데, “저희 집에 가면 TV 옆에 놓인 사진이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저를 국비장학생으로 선발해 장학증서를 수여한 사진이다. 오늘 태블릿에 담아와 여사님 보여드렸더니 그때를 기억하시더라”라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앞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 쉬운 길로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어려운 길 마다치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가는 것을 문화로 삼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우려 한 소탈함이나 국민 소통을 우리 당 가치로 편입해 발전시키도록 하겠다”며 “지금까지 저희가 정당 간 대립 속에서 예를 다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겸허하게 반성하게 됐다. 앞으로 우리 당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권 여사께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폄훼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처럼 정치적 이유로 노 대통령에 대해 공격하는 경우는 사라져야 한다. 혹시 선거에 임박하면 그런 (노 대통령 공격하는) 부분들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러면 대표로서 제지하겠다”고 공언했으며 “(권 여사)가 정치 발전에 대한 기대치를 갖고 계신 게 느껴졌다”고도 덧붙였다.
비단 이 대표 뿐 아니라 이날 동행한 대선주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 수도 이전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방명록을 남겼는데, 국민의힘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던 과거와 달리 이처럼 우호적으로 다가간 데에는 호남 방문 때처럼 선거를 위해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부분도 없지 않지만 당장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윤 전 총장 캠프의 이동훈 당시 대변인은 지난 16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서 이기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탈진보 세력까지 갖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며 “내년 대선에서 보수·중도, 이탈한 진보 세력까지 아울러 승리해야 집권 이후 안정적 국정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국민의힘으로선 윤 전 총장을 자당 대선후보로 영입하려다 보니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문 정부에 실망한 친노 성향 유권자나 중도층까지 끌어들이려는 윤 전 총장의 뜻을 받아들이는 행보부터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호남에 러브콜을 보내는 서진정책 등 이전과는 다른 ‘좌클릭’ 기조가 도리어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 효과를 내다보니 특정 지역 표심만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대선을 앞둔 만큼 이제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까지 계승한다는 식의 한층 적극적인 통합 행보에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대표의 이런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