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통령을 매춘부 그림으로 풍자한 누드화 논란이 설날을 앞둔 여의도를 강타했다. 표창원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함께 지난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국회의원 회관1층 로비에서 ‘곧, BYE! 展’을 기획했다. 그 중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표 의원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함께 곧 파면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곧, BYE!'라고 제목을 붙였다. 정작 전시기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국회 사무처로부터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대관을 취소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그림들은 곧장 국회와 이별을 고했다.
     
지난해 말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광장에는 단두대 등 대통령을 풍자하는 상징들이 나타났고, 법원이 청와대 100미터 까지 집회와 행진을 허용하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그렇다고 여성 대통령의 나체를 풍자한 그림이 표현의 자유로 허용될 것인가.

표 의원 측 작가들은 사무처의 철거 결정에 반발해 성명을 내고 “예술은 그 어디서든 표현되고 전시되어야 하며 그 품격의 기준은 오로지 대중의 몫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표 의원이 대통령 나체 그림을 국회의원 회관에 전시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투표자 81%(14,936명)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모독이고 여성비하다.”에 찬성했고, 19%(3,550명)만이 “대통령은 공인.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2017. 1.26. 07:00기준). 국민 10명 중 8명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섰다고 본다는 뜻이다.

한국 헌법의 고향인 독일은 어떨까.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바이에른 주 수상을 교미하는 돼지로 표현한 풍자만화 사건에서 풍자만화가 예술의 자유에 해당되지만, 인간의 존엄에 대한 침해가 예술의 자유로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공적 인물은 강한 정도로 공개적인 풍자의 표적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문제된 표현은 예상되는 한계를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보면서, 인간에 있어서 보호받아야 할 내밀영역의 핵심인 성적 형태의 표현은 피해자 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인간의 명예의 핵심에 대한 침해의 경우 인격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존재하게 되고, 예술적 활동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 사건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결 기준에 대입해 보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몸을 파는 여성의 알몸 그림에 여자 대통령의 얼굴을 붙여 넣고, 아랫배와 그 아랫부분에 아버지의 얼굴과 함께 강아지 두 마리를 그렸으며, 제목에 "더러운"이란 말까지 넣은 그림이라면, 그것이 바로 인간에 있어서 보호받아야 할 내밀영역의 핵심에 속하는 “성적 형태의 표현”으로서 피해자 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박탈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비열한 여성 인격 모독 행위”라는 성명을 통해 “그림은 대한민국이 지켜 온 여성성·인간애·예의 등의 가치를 무참히 훼손한 행위”이자 “잔인한 인격 살인행위”라고 비판했다.

설날 민심 악화를 걱정한 민주당조차 비판적인 입장을 내 놓자 전날까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달라.”고 하던 표 의원은 입장을 바꾸어 “여성분들께 상당히 많은 상처를 입힌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말했다. 하지만 법적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정작 직접적 피해자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이 없었다.

이번 사건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우리 헌법과 달리 독일기본법은 국회 내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모욕 또는 명예훼손이 되는 경우에는 면책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개헌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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