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서비스 하나 지적하다 국제 망신살

대한항공이 8일 세계 언론의 입도마에 오른 대한항공의 조현아 부사장의 회항 논란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서비스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내리게 하기 위해 존에프케네디(JFK) 공항 탑승구로 돌아가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은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경영자의 매뉴얼대로 행동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

이른바 ‘땅콩 회항’이라고 알려지기도 한 이 사건은 지난 5일(현지시각) 오전 12시 50분쯤 미국 뉴욕 JFK공항발 인천행 대한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서서히 이동하는 중에 불거졌다.

한 승무원이 일등석에 타고 있던 조 부사장에게 봉지에 담긴 견과류를 건넸다. 조 부사장은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냐’며 승무원을 질책했다. 이어 서비스 매뉴얼을 확인해보라고 요구했고, 사무장이 관련 규정에 대해 빠릿빠릿하게 말하지 못하자 ‘부적격하다’고 판단하고 내리라고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비행기가 돌아가는 데 20분이 소요됐고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승객들에게 이 회항하는 이유에 대한 어떤 코멘트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 비행기는 한국에 11분 연착했다.

이 사건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조 부사장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 부사장은 ‘왜 견과류 때문에 그런 법석을 떨어야 했냐’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의 평판에 손상을 가했다고 비판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8일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성명을 통해 ‘조사를 통해 항공안전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되면 대한항공에 대해 응당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승무원은 규정에 맞는 서비스 매뉴얼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조 부사장은 그 일에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비행기 조종사도 조 부사장의 결정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내 안전을 위해 폭언과 고함 등 소란행위는 금지돼 있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부사장 신분이지만 당시는 ‘일등석 승객’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에 맞게 행동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데일리메일’은 당시 비행기가 이륙하려고 활주로에 들어선 상태에서 조 부사장은 서비스 매뉴얼과 관련해서 해당 승무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냉정함을 잃고 비행기에서 내릴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조 부사장은 너무나 화가 나서 승객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만일 조 부사장이 한국에 온 뒤에 그 승무원의 서비스 질에 따른 업부 적격성 여부에 대해 판단한 뒤 알맞은 조치를 취했다면 ‘재벌가의 갑질’이라는 혹평까지 들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관리자의 인성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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