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노조 ‘불법’에 강경 대응 주문…환노위서 노란봉투법 단독 처리한 野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제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좌) / 정의당이 국회 본청 농성장 앞에서 노란봉투법의 환노위 통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우). ⓒ대통령실(좌), 김경민 기자(우)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제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좌) / 정의당이 국회 본청 농성장 앞에서 노란봉투법의 환노위 통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우). ⓒ대통령실(좌), 김경민 기자(우)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노동조합의 불법 행태에 엄정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을 내리는 가운데 야권은 21일 국회에서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는 노란봉투법을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독 처리해 노조에 대해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양측 중 여론이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노동개혁 본격 시동 건 尹…검경 합동 ‘건폭수사단’ 출범 예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1일 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권기섭 노동부 차관으로부터 건설현장 폭력현황과 실태를 보고 받은 뒤 “건설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고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타워크레인 기사가 건설사에 상납금(월례비)을 요구할 경우 면허를 정지하는 방안과 5개 권역별 감시 체계와 익명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방안 등을 보고했으며 권 차관은 노조의 채용 강요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신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 등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건설폭력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 단속이 일시적으로 끝나선 안 될 것”이라고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에 따라 검경 협력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건폭수사단’이 출범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국토교통부 전담팀을 운영하고 200일 간 경찰 특별단속을 비롯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에 적극 대응해왔는데, 향후에도 정부는 건설현장의 불법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형태의 불법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 체계를 갖출 예정으로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윤 정부는 건설현장의 법치주의가 바로 설 때까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임기 내내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근절 대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 말이 아니라는 듯 같은 날 국토교통부는 신속한 제재와 처벌 강화에 방점을 둔 ‘건설현장 불법·부당 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노조 전임비 강요, 채용 강요, 월례비 수수 등엔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밝혔고 기계장비로 현장 점거 시 형법상 업무방해죄, 위법한 쟁의 행위 때는 노동조합법을 각각 적용해 즉각 처벌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이날 대통령에게 보고한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월례비 수수 문제와 관련해선 국가기술자격법상 성실·품위 의무를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는데, 최대 1년간 가능한 이 ‘면허 정지 권한’을 갖고 있는 원 장관은 “오늘 이후부터 월례비 수수 건에 대해 계도기간을 거쳐 3월 1일부터 즉시 시행하겠다”고 공언했고 궁극적으로는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 월례비 강요와 점거 행위 때 사업자 등록과 면허를 취소할 방침인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원 장관은 “월례비를 받은 기사들이 퇴출당하면 나머지 2만2천명에게 일자리 기회를 공정하게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다만 최근 고등법원에서는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관행적으로 지급되어온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 성격이라고 봤던 만큼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에 따라 자칫 논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尹, ‘강경 대응’ 나선 자신감은 여론? “노동개혁 추진” 44.9%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토록 강경한 자세를 펼치는 데에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이 윤 정부의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의 핵심과제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3대 개혁 중 연금개혁, 교육개혁보다 표적대상이 좁혀져 있고 노동조합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손보기 쉽다는 점도 일단 노동개혁 쪽에 먼저 힘을 싣게 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해 12월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정부가 제시한 3대 개혁 과제 중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물은 질문에 44.9%가 노동개혁을 꼽았으며 연금개혁은 30.1%, 교육개혁은 17.3%로 집계됐고, 또 동 기관이 함께 실시한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강화 여부를 묻는 조사에선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 투명성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이 60.5%, 정당한 노조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반대한다는 답변은 30.7%로 나온 바 있다.

그래선지 윤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21일에도 노조 회계 투명성 역시 재차 강조했는데, “노조의 기득권은 젊은 사람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 행위”라며 “기업과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노조 회계 투명성을 뒷받침하지 않고 부패하면 기업 생태계가 모두 왜곡되기에 출처와 용처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이런 지시를 바탕으로 정부에선 현행법상 그간 자격 관련 규정이 없어 ‘셀프 감사’도 가능한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부터 구체화하고자 시행령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금년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헌법의 근본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으로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의 근본 질서를 지키지 못하면 경제발전은 물론 기업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도 전해졌는데, 사실상 노동계보다 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비쳐지는 만큼 노조 측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날 정부가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에 대해 건설업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건설노조는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들은 “정부의 시각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의 절대 악이고 발주처와 건설회사는 피해자다. 이처럼 건설노조 자체를 모든 불법행위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호도한 정부는 없었다”며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일방적 강요로 지급받는 게 아니며 건설회사가 안전하지 않고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 것이나 정부는 월례비 발생과 관련해 건설회사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까지 내리면서 강경하게 대응한 게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적잖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던 만큼 건설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윤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이날 “노조의 폐해를 종식시키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대통령의 절박감이 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이중구조 속에 고통 받고 있는 2천만 노동자까지 합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선 노사 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혀 표적이 노동자가 아니라 ‘노조’임을 분명히 했다.

◆ ‘노란봉투법’으로 노조 힘 실어준 민주당·정의당…尹, 거부권 쓸까

반면 같은 날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을 상정해 여당의 반발을 뚫고 법안을 강행 처리했는데, 사실상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인 만큼 윤 대통령의 행보와는 확연히 대비됐다.

국민의힘 소속 환노위 의원들은 ‘불법 파업 조장법 결사반대’란 피켓을 들고 항의했을 뿐 아니라 특히 여당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여당이 반대하면 이유를 듣고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민주당은) 끝까지 숫자로 밀어붙이고 있다. 전투적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어느 외국 자본이 투자하겠나”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결국 법안은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여당에선 이를 날치기 처리라고 강도 높게 성토했다.

여기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이번 개정안은 법치주의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 사용자의 개념이 추상적으로 확대돼 사용자가 스스로 사용자인지도 알 수 없게 됐고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교섭체계도 흔들리고 결국 사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며 “노조의 불법에 대해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 피해 받는 사람보다 피해 준 사람이 더 보호되는 모순과 불공정을 초래하게 된다. 일부의 조직 노동자는 과도하게 보호받지만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는 그 비용을 부담하며 결국 양극화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장관은 “불안한 노사관계와 그 비용은 기업의 투자위축과 청년의 일자리 감축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앞으로 남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고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는데, 오히려 야권에선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경제단체 공동설명과 하나도 차이가 없다”고 맞받아쳤으며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법안 의결 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이 법사위에서 정상적으로 논의되고 이후 본회의 의결을 통해 노동 현장에도 평화가 이뤄지고 노사가 상생·발전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일단 환노위에서 의결된 노란봉투법은 이제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로 공이 넘어갔지만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지연시킬 경우 환노위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회부라는 방법으로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정부여당 역시 똑같이 ‘힘’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회 본회의 통과는 막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에게 거부권이 있는 만큼 국민의힘에선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어서 노조를 고리로 한 정부여당과 야권의 이 같은 정면대결은 향후 지지율 추이를 통해 양측 간 승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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