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판의 '최대 변수'로 꼽히면서 당권 도전 행보를 보여왔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저의 출마로 인한 당 분열과 혼란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려고 고심 끝에 결심했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여일 과연 내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인중유화(忍中有和) 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나 전 의원은 "정말 어렵게 이뤄낸 정권교체"라고 강조하면서 "민생을 되찾고 법치를 회복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이 소중한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러 보내선 안 된다. 오늘 저의 물러남이 우리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나아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반윤'(반윤석열)으로 내몰리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임이 한가득해 보였는데, 실제로 "어떤 시련 앞에서도 저는 한번도 숨지 않았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싸운 제게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고 토로하면서 "저는 역사를 믿고 국민을 믿는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저의 진심과 진정성은 어디서든 변치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2019년, 우리 당원과 국민은 의회에서,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의 광장에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만들고 윤석열 정부 탄생의 물줄기를 열었다. 제가 그 역사적 대장정을 국민, 당원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무한한 영광이자 기쁨이었다"며 "국민의힘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영원한 당원'의 사명을 다하겠다. 대한민국 정통 보수 정당의 명예를 지켜내겠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그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난 영원한 국민의힘의 당원"이라면서 "결국 내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당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국민들에게도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불출마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나 전 의원은 "출마 선언은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불출마 결정은 굉장히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불출마 결정을 타 후보나 다른 세력의 요구·압박으로 결정한 건 아니다. 앞으로 전당대회에서 역할을 할 생각도 공간도 없다"며 "불출마 선언은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같은 심정이었다"고 부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을 동시에 전격 해임 당하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급기야 당내에서 '반윤'(반윤석열) 대표주자로 몰려 자신의 '친윤 대표주자' 선거 전략이 힘들어지게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심지어 친윤계 의원들도 나 전 의원에게 거리두기하며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사실상 나 전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대로 좁아진 상황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