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신문 / 임솔 기자] “좋은 자극으로 생각한다.” (11월 16일 대한민국 게임대전)

“좀 특이한 상황으로 이해해달라.” (10월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인디게임상 시상자로 나온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시상에 앞서 “요즘 본의 아니게 여러분의 이목을 끌어서 죄송하다”며 “저희 게임물관리위원회에는 좋은 자극으로 생각하고 좀 더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부터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를 향한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예산 낭비 의혹까지 불거지며 정치권에서도 게관위 검증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게관위는 과거에도 크고 작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올해 들어 더욱 파장이 큰 논란을 만들어왔다. 넥슨의 서브컬쳐 게임 ‘블루 아카이브’로부터 촉발된 불공정 심의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게관위는 일부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블루 아카이브의 등급을 기존 ‘15세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로 상향 조정했고, 이후 다른 게임에도 비슷한 조처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게관위에 온·오프라인으로 민원을 넣었으나 대부분 답변을 들을 수 없었고, 일부 회신이 온 경우도 ‘복붙(복사·붙여넣기)’ 답변에 그쳤다. A 게임에 대한 민원을 넣었으나 B 게임에 대한 답변이 온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 역시 ‘특이한 상황’이라고 격하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지난 일주일간 10년 치 민원이 한꺼번에 몰렸다. 게임 등급은 상향되기도, 하향되기도 한다”며 “이번 같은 경우는 좀 특이한 상황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도 많은 게임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다.

게관위는 수십억원의 비위 의혹도 받고 있다. 문체위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게관위는 2017년 동 시스템 구축 명분으로 50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전산망을 납품받았고, 지난해 2월 작성된 감리보고서에는 납품받은 전산망이 96.24%의 적합률을 기록했다고 돼있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의원 측 보좌관이 게관위에 방문해 시스템 시연을 요구했으나 정상 작동하는 기능이 거의 없었다.

이에 이 의원은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 위해 시민들의 연대서명을 받을 계획을 세웠고,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최소 기준인 300명을 넘어섰다. 당초 4시간 만 진행될 예정이었던 서명운동은 게관위의 행태에 불만을 가진 게임 이용자들이 대거 운집하며 2시간가량 더 진행됐다. 이날 국회 앞을 찾은 게임 이용자는 모두 5489명이었다. 이 의원은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이를 감사원으로 넘겼고, 감사원은 원칙상 감사를 개시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종결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안에 결판이 날 전망이다.

게관위는 지난 10일 부랴부랴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게임 이용자 소통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변명회에 불과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날 변명회에서 게관위가 쏟아낸 발언들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놀림을 받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예산을 집중적으로 검증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같은 당 이 의원이 제기한 비위 의혹과 함께 ▲세계적인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인 등급분류 ▲법률로 작성이 의무화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 않는 회의록과 이로 인한 깜깜이 심의 의혹 ▲특정 게임사에 대한 보복행정 의혹 등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게관위의 존재 의의부터 엄중하게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불공정 채용, 근무 중 가상화폐 채굴 등도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한국게임학회는 게관위를 향해 “근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은 심의와 사후 관리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형식적이고 방만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는 위원장 1인의 문제를 넘어 지난 세월 게임위 내부에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적폐”라고 지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불통과 변명으로 혼탁하게 직조해낸 불공정하면서 나태한 게관위 우화는 끝이 나야 한다. 국민적 여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한 데 모인 지금이 그 논의를 시작할 바로 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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