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 사람들 다수 밀집하며 참사
수도권 지하철, 특정 라인·구간에 밀집도 특히 더 높아

겨울철 수도권 지하철 출근길 풍경. 이미 내부에 승객이 가득차있지만 아직 타야할 사람이 많이 남았다. ⓒ시사포커스DB
겨울철 수도권 지하철 출근길 풍경. 이미 내부에 승객이 가득차있지만 아직 타야할 사람이 많이 남았다. ⓒ시사포커스DB

[시사신문 / 임솔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하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은 물론 전국민의 트라우마가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출퇴근길 지하철을 타기가 겁난다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수도권 출퇴근길 지하철은 밀집도가 높기로 유명해 ‘지옥철’이라는 용어도 생긴 지 오래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154명, 부상자는 149명이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의 내리막 골목에는 1㎡(제곱미터)당 5.6~6.6명 정도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며 압사 참사로 이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서포크대의 G. 키스 스틸 교수는 1㎡의 땅에 사람 몇 명이 서 있는지에 따라 사고 위험성이 증가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1㎡에 1~4명까지는 안전에 별다른 지장이 없지만 5명을 넘어서면 군중 사이에 신체 접촉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6명을 넘을 경우 상황이 위험해진다. 스틸 교수는 “신체가 서로 접촉하게 되면 높은 에너지와 밀도로 인해 인파가 붕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퇴근길 수도권의 지하철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김포골드라인, 2호선, 9호선 급행은 이미 ‘지옥철’의 대명사가 됐다. 승하차도 힘들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에도 옴짝달싹 못하는 광경은 익숙하다. 옷의 부피가 커지는 겨울철이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그럼에도 출퇴근을 위해 참고 탔지만, 이번 참사 이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도림역에 내릴 때마다 죽을 것 같다. 이미 탈 자리가 없는데도 밀고 들어온다”, “9호선 급행 타는 사람들은 삶의 질이 수직 하락한다”, “다음 열차도 사람이 꽉 차있어 마냥 기다리다가 지각하느니 밀고 들어가서라도 탈 수밖에 없다”, “매번 이렇게 타는데도 사고가 없어 안전불감증이 커진 것 같다”는 글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배차 간격을 단축하거나 지하철을 증편해달라는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각 회사에서 출근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러시아워에 승객들이 몰리는데, 승객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위해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동선이 엉키는 경우에는 통행이 잘 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출퇴근길에 사고가 난 적은 없다”면서도 “각 역사마다 구조 등 상황이 달라 사고 발생 시 매뉴얼을 세세히 만들기는 힘들지만 평소에도 안전 요원들 배치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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