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등 사유로 사의”…윤 대통령 “과중한 업무 맡는 게 맞지 않아 사의 수용”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조상준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국정원의 인사·조직·예산을 맡아 ‘국정원 실세’로 꼽히는 자리에 오른 지 불과 4달 만에 사의를 표하고 갑자기 물러나 국정원장과의 인사 갈등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정원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전격 사의를 표한 조 전 실장은 당초 검사장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였다는 점에서 이런 갑작스러운 사직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김규현 국정원장은 조 전 실장으로부터 직접 사의 사실을 전달 받지 못한 채 대통령실에서 조 전 실장 면직을 유선 통보 받기 전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장과의 갈등 때문에 그만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출장 다녀온 김 원장은 대통령실에 올린 조 전 실장의 인사안이 자기 생각과 달라 다시 올렸고 기조실장 안과 국정원장 안이 별도로 올라와 고민하다가 윤 대통령이 국정원장 손을 들어주니 조 전 실장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알고 있다”며 조 전 실장의 전격적인 사퇴 이유에 대해 “김 원장과의 인사 갈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은 “김 원장의 인사안에 손을 들어준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정무직 인사권자는 대통령이지만 함께 근무한 기조실장의 인사는 국정원장을 패싱하지 않고 거쳐서 대통령실에 보고돼야 한다. 패싱한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실에서도 김 원장에게 물어봤어야 한다”고 대통령실에 일침을 가했다.

반면 국정원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조 전 실장의 면직 배경에 대한 억측이 많아 사실관계를 알린다. 본인의 건강 문제 등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 전 실장 사직 배경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내부 인사 갈등설 등 각종 소문을 보도한 데 대해 전혀 사실무근임을 밝힌다”고 박 전 원장 등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또 조 전 실장의 사의를 수용한 윤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에 면직 사유를 설명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일신상의 사유라서 공개하기가 좀 그렇다. 공적인 거라면 말씀드릴 수 있지만 개인적인 문제”라며 “주요한 직책이기 때문에 계속 과중한 업무를 감당해나가는 게 맞지 않겠다 해서 사의를 수용한 것”이라고만 설명했을 뿐 끝내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곧바로 후임 기조실장을 임명하느냐’는 질문엔 윤 대통령은 “원래 기조실장 후보도 있었고 필요한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선 검증을 해놨기 때문에 업무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할 생각”이라고 답했는데, 이번에도 ‘검사 출신’인 김남우 변호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8기로 1999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법무부 법무과장, 대검찰청 수사지휘과장·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장 등을 거쳤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파견근무를 하기도 한 인물로, 지난 2020년 2월엔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로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는데 같은 해 여름에 추 전 장관이 검찰 정기인사를 단행하자 스스로 검찰을 떠났고 지난 2020년 10월부터 변호사로서 김앤장에서 일했다.

저작권자 © 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