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경찰 집단 반발, 깊은 우려"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와 기강, 절대 흔들려선 안돼"
이상민 "'특정 그룹' 있어...하나회도 그렇게 출발해"
불난 집 부채질 하는 野, 秋 "정권 개 거부는 죄 안돼"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상정되어 통과되고 내달 2일자로 공포·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집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12·12 쿠데타'라고 표현하여 경찰의 반발음이 더욱 거세지고 야권에서도 불을 더욱 지피는 양상을 띄자 윤석열 대통령이 집단 반발을 주도하는 일부 경찰들을 향해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라고 강하게 경고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들의 집단 반발 행동과 관련해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취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치안 관서장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어제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의 (쿠데타) 표현은 아마 그러한 국민들 우려를 반영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방과 치안은 국가의 기본 사무이고 최종적 지휘감독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늘 경찰국 설치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텐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나 기강이 흔들려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상민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서장 모임 등 (집단적으로)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면서 "하나회가 바로 그렇게 출발하여 12·12(쿠데타)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경찰의 반발음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이날도 경남경찰청직장협의회 등은 경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경 회의 참가자 탄압과 경찰국 신설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이들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5일 오전 의로운 일선 경찰의 행동을 12·12 쿠데타에 비유하며 형사처벌을 언급했다"고 분노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독재시대 유물로서 31년 전 사라진 치안본부의 후신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려고 한다. 시대착오적 탄압과 윤석열 정부의 경찰 장악 음모인 경찰국 신설 중단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야권에서는 윤석열정부를 향한 경찰들의 집단행동에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불을 지피는 모습도 엿보였는데, 이날 야권의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하여 "왜 쿠데타에다 비유를 하나. 한심한 행안부 장관의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그분(총경)들은 경찰국 신설에 대해 (자신들과) 소통 한 번 없었기 때문에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만나서 얘기해보자는 거 아니냐. 윤석열정부가 하는 일이 정말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의 개가 되기를 거부한 것은 죄가 안 된다. 쿠데타가 아니다.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 역모이고 쿠데타이다"면서 "이 장관은 12·12 군사 쿠데타에 비유해 황당무계한 억지를 부린다"고 공격에 가세했다.
또한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설훈 민주당 의원도 같은날 KBS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 출연하여 "그걸 어떻게 12·12 쿠데타에 비유를 하느냐.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이 장관의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다"면서 "(12·12 쿠데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지금 정부가 어떤 시각으로 이 문제를 보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설훈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무서운 사람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하려 그러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독재에 저항하겠다는 심정은 누구든지 갖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