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잘못된 과거 끊겠다. 사과드려”…민주당 보좌진협의회 “더 큰 성비위도 제보 받아”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미투’ 사태에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까지 촉발시키는 등 성비위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보좌관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을 받는 3선의 박완주 의원을 12일 제명 처리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 제2의 ‘미투’? ‘구 안희정계’ 박완주, 보좌관 성비위 파문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연 뒤 지난해 말 직원에 대한 성추행 신고가 접수돼 당 차원에서 조사해온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박 의원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86 학생운동권 출신이자 당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이기도 한 박 의원은 최고위원 뿐 아니라 원내수석, 정책위의장 등 당내 요직을 두루 맡은 바 있으며 2017년 대선 당시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했던 옛 안희정계로 꼽히는 다선 의원으로 안 전 지사가 도지사를 지낸 충남의 천안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비서에 대한 성비위로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은 안 전 지사처럼 그 역시 보좌관 성추행 문제로 도마에 오르게 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해 윤호중 현 비상대책위원장과 경쟁하기도 한 당내 무게감 있는 의원인 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은 제명만으로 수습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일단 신 대변인은 박 의원 제명과 관련 “사유는 당내 성비위 사건이 발생해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 국회 차원의 강력한 징계를 요청할 생각”이라면서도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을 예정이다. 확대 해석 우려가 있는데 (피해자가) 다수는 아니고, 피해자 보호, 피해자 안위를 최우선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박 의원의 소명과 관련해선 “조사 진행 과정에서 당사자와 조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 윤리감찰단 조사를 통해 오늘 비대위에서 의결한 것”이라며 경찰 수사를 받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자세히 이야기하면 피해자 보호가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말씀드릴 수 없다. 당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하겠고 국회 차원의 시스템이 있어 윤리신고센터를 통해 (박 의원 징계)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에서 사건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선 “사안이 구체적으로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시점까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최근에 접수됐으며 이를 빠르게 조치한 것”이라고만 답했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요직을 맡아온 다선의원임에도 전격 제명 조치했다는 점에서 해명의 여지가 어려운 사건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 사과에도 추가 폭로 나오나…민보협 “다른 성비위 건도 조치하라”

급기야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의원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박 의원 제명을 의결했는데 당의 윤리감찰단과 지도부가 충분한 조사 끝에 신중히 내린 결정”이라며 “당내 반복되는 성비위 사건이 진심으로 고통스럽다. 우리 당은 잘못된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고 사과 입장을 내놨다.

박 위원장은 지난 3월 안 전 지사 부친상 빈소에 조문을 간 같은 당 의원들을 겨냥해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생각 들 정도로 화가 났다”고 직격했으며 지난달 28일 최강욱 의원이 ‘숨어서 ○○○라도 하고 있느냐’는 발언을 국회 인사청문회 화상회의에서 했다가 논란이 일자 최 의원이 사과 입장을 내놓은 이후인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의원이 성적 불쾌감을 일으킨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게 사실임을 인정한 것으로 수용하겠다. 여성 보좌진들이 ‘유출자가 문제다’라든지 ‘제보자를 찾아야 한다’는 등 2차 가해를 당했는데 비대위원장으로서 이런 일을 미리 막지 못해 보좌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사과하기도 한 바 있는 인사다.

다만 박 위원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피해자 개인정보 등에 대한 추측은 삼가주시기 바란다. 이것이 피해자를 더 어려움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각별히 당부했는데, 하지만 같은 날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에선 “최 의원 발언 문제가 불거진 이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차마 공개적으로 올리기 민망한 성희롱성 발언들을 확인했고 더 큰 성적 비위 문제도 제보 받았다”고 입장문을 내놔 이번 성비위 파문이 박 의원 제명만으로 끝나지 않고 추가 후폭풍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민보협은 “민보협은 민보협의 이름으로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겠다. 또 더 많은 제보를 종합하고 이를 통한 문제제기로 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촉구하겠다”며 “오늘 박 의원 건에 대해 당이 신속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다른 성비위 건에 대해서도 당이 제대로 또 올바른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국회 보좌진 면직 예고제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다. 성비위를 포함한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의원면직을 유도하고 협의가 안 되자 직권면직을 추진하는 의원실이 있다”며 “우위적 지위와 관계를 악용해 이루어지는 여러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그런 결정이 존중받을 수 없다는 점을 문제제기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즉 당에서 다른 성비위 건에 대해서도 이번 제명 결정과 같은 분명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거 미투 사태처럼 여파가 확산될 수도 있는데, 최 의원 발언 논란만 해도 초기엔 “○○○가 아니라 짤짤이”라고 주장하거나 최 의원 스스로도 “농담에 불과한 발언”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고 그나마 이틀 만에 올린 사과문에서도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고 성희롱은 아니란 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에선 적극 비판하지 않았으며 처음 문제제기가 있은 지 열흘이 지난 9일에야 최 의원 사건에 대해 당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명령했다는 점에서 과연 다른 성비위 건에 엄정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의심 어린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 ‘개딸’ 지지 받던 민주당, 지방선거 앞두고 성비위 파문 어쩌나

이미 정의당에선 이날 장태수 대변인이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제명 처분은 당원자격에 관한 것일 뿐 국회의원직에 대한 처분이 될 수 없고 윤리특위 제소 없는 제명은 꼬리 자르기이자 자기 책임 회피다.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통해 성비위 국회의원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민주당이 책임 있게 물을 것을 촉구한다”며 단지 당 제명 처분만으론 부족하고 의원직까지 박탈해야 한다는 취지로 민주당 압박에 나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장 대변인은 “최강욱 의원의 부적절한 성 관련 발언, 김원이 의원 보좌관의 성폭행과 2차 가해 및 김원이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 등에 연이어 박 의원의 성 비위까지 일어났다. 성범죄로 정권을 반납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태도 이전에 연이은 성범죄로 피해자의 고통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명심하라”며 “피해자와 분노하는 시민들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당 차원의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최 의원 사건만 해도 민주당에선 20대 여성인 박 위원장이 지난 5일 “여성 보좌진들이 ‘유출자가 문제다’라든지 ‘제보자 찾아야 한다’는 등 2차 가해를 당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당이 왜 상식으로부터 고립돼 왔는지, 왜 국민 마음으로부터 멀어졌는지 깨달아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했으나 일부 당원들은 물론 친민주당 인사인 황교익씨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 위원장은 최 의원의 사과문을 멋대로 해석해 사건의 진실을 확정할 수 있는 신적 권능이 주어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성적 수치심 느꼈다는 일부 주장을 증거도 없이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박 위원장을 직격했다는 점에서 당 지지층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같은 날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박지현은 자신의 선입견을 진실로 단정하고 남의 말을 멋대로 곡해하는 망동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다”면서 또 다른 게시물에선 “민주당의 페미들은 사실이 중요하지 않고 낙인만 필요할 뿐이다. 논란만 일어나도 아무 객관적 사실 확인도 없이 가해자 피해자 가려야 페미 집단에게 인정받는 것”이라고 비꼰 데 이어 “박지현은 자당 의원, 그것도 검찰개혁 선봉에 선 의원에게 낙인을 찍는 중대한 해당행위를 했다. 민주당이 이런 자를 모셔다가 숭배하기 바빠서야 되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성비위 폭로에 대해 같은 당에서 이중적인 반응이 나오는 데에는 안 전 지사, 고 박원순 전 시장 등 성비위 폭로 사태가 그간 압승 중이던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무너뜨리고 선거 연패를 촉발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데 대한 반감과 자체적으로 성비위 사실을 인정하고 징계하더라도 ‘성비위를 했다’는 자체로 여론에 부정적으로만 비쳐질 뿐 좋을 게 하나 없는 자충수라 보는 시선이 없지 않기 때문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적극 지지한 청년세대 여성 지지층인 ‘개딸’ 표심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보니 이 같은 불협화음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n번방 사건’의 주역이기도 한 박 위원장조차 이 위원장이 지난 1월 영입한 인사인 만큼 여성 표심을 의식해 성비위 의혹이 있는 박 의원을 전격 제명한 것으로 보이나 충남지사 선거에 있어 비중이 큰 천안을 지역구로 둔 박 의원이 당초 양승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 캠프에서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할 예정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자칫 내달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고, 그간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아온데다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도 역임한 이 위원장의 어깨 역시 무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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