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동산 보유세 높일 것”…민주당 “토지이익배당금제”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밝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정작 토지이익배당금제라고 ‘포대갈이’식으로 명칭만 바꾼 국토보유세를 추진할 의사를 내비쳐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직속인 부동산개혁위원회는 지난 28일 출범식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혁파하기 위해 토지이익배당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후보의 ‘부동산 멘토’로서 부동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상경 가천대 교수는 출범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토지이익배당금제와 관련해 “단순 증세가 아니고 90% 이상의 세대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밝혀 사실상 ‘증세’는 ‘증세’란 점을 에둘러 인정했다.
이 교수는 출범 선언문에선 아예 “부동산 실효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세수 전액을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정책으로 부동산의 불로소득을 차단할 것”이라고 천명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고자 추진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는데, 이미 이 후보가 증세 논란에 휩싸이자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었지만 이날 이 교수가 “국민적 동의가 확보됐을 때 하겠다는 게 후보의 일관된 생각이고 국민적 동의를 강조한 것이지 후퇴한 게 아니다”라고 밝힌 데 비추어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후보가 나서서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후보 직속 부동산 위원회는 사실상 증세를 모색하는 이중 행보를 보여주는 셈인데,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도 ‘국토보유세를 토지이익배당금으로 포장만 바꿨다’는 지적에 “원래 똑같은 제도인데 동전의 양면 중 세금 얘기만 하는 프레임으로 공격 받았다”고 말해 결국 국토보유세나 토지이익배당금제나 똑같은 제도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황규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이 후보를 겨냥 “반대 여론이 절반이 넘자 고개 숙이더니 이름만 슬쩍 바꾸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이 후보의 진심이고 무엇이 이 후보의 진짜 공약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그래선지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지극히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 스스로도 29일 MBC라디오에서 ‘양도세와 종부세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가 수도권 표심을 설득하기 위한 정치적 용도가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답했는데, “서울은 원래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는데 이번에는 부동산 문제, 경기성장률 문제 떄문에 매우 어려워졌다. 이번 선거는 지역으로 따지면 대구·경북하고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이 격전지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가 (서울에서) 복구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가 부동산 세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며 내놓는 공약도 대선을 의식했는지 한시적 조치에 불과한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까지 기싸움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도 대선 직후부터 내년 말까지 약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만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29일 페이스북에선 “보유세는 적정 수준으로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게 부동산 세제 원칙”이라고 보유세 상승 의사도 내비쳐 부동산 문제로 격앙되어 있는 수도권 민심이 과연 그가 꺼낸 공약에 얼마나 반응해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