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노렸지만 정작 오락가락…정책 비전 없이 정부 비판만으론 다른 野후보와 차별화 없어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야권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어 이대로는 여권 후보끼리 선두 경쟁을 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3명에게 실시한 7월 3주차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10%대인 19%로까지 떨어졌는데, 지난 6월 2주차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동률인 24%를 기록한 이후 이 지사는 상승해 이 조사에서 27%를 기록한 반면 윤 전 총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후위주자였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상승하면서 이제 윤 전 총장과의 격차는 5%P로 좁혀졌는데, 심지어 가상양자대결에선 이 지사 뿐 아니라 이 전 대표에도 밀리는 것으로 나와 그간 국민의힘 입당까지 거리를 두면서 외연 확장에 공을 들여온 행보에 비해 소득은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보수 뿐 아니라 탈진보와 중도까지 염두에 두겠다고 강조하면서 광주를 찾아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조사만 봐도 광주·전라 지역에서의 윤 전 총장 존재감은 4%에 불과할 만큼 실패한 모양새인데, 비록 호남을 향한 러브콜이 진보 표심을 노렸다기보단 중도층, 부동층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이었다고 해도 중도층에서마저 여당 후보인 이 지사(27%)에 밀리는 21%를 얻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압도적 승리’를 목표로 하려다 도리어 이도 저도 아닌 격이 됐다.
여러 차례 호남으로 갔어도 해당 지역은 물론 중도층 표심 확대로 이어지게 만들지 못하게 된 데에는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탄 탓도 없지 않은데, 이 전 대표가 선두경쟁권으로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자 이 지사에 부정적이던 일부 호남 표심마저 그 맞수인 윤 전 총장보다는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로 결집 돼 윤 전 총장으로선 이 지역에서의 입지 구축이 어려워졌다.
더구나 호남 행보 등으로 인해 전통적 보수 표심 역시 잃을까 우려하여 지난 20일 대구 방문 당시 “박근혜 수사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이해한다. 마음 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스스로 ‘우클릭’ 발언한 점 역시 호남 표심이나 탈진보층이 이탈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보수와 중도, 심지어 탈진보까지 넘보는 전략으로 가다 보니 당초 의도와 다르게 ‘중도’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좌향좌’와 ‘우향우’를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쳐진 부분 역시 중도층은 물론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부터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있는데, 여전히 야권 후보 중 유일하게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일단 보수 유권자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지만 중도층은 빠지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특히 이념적 성향에 따라 갈리는 경향이 있는 일부 지방과 달리 상대적으로 중도적 색채가 강한 서울이나 ‘충청대망론’의 충청지역에서도 전혀 이 지사를 압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어 그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데,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22일 지지율 상승세를 체감하는 지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이라고 답하며 “특히 여성들의 지지가 체감된다”고 밝혀 주로 서울과 영남에서 여당 후보 대비 우세를 보였던 윤 전 총장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심지어 추미애 전 대표조차 앞서 지난 20일 윤 전 총장 지지율과 관련해 “꿩이 추락하기 시작하면서 빠지는 표들이 이 후보에게 가는 것 아닌가”라며 윤 전 총장이 끌어모으길 바랐던 중도층 지지율을 오히려 이 전 대표가 흡수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는데, 이처럼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의 압박 수위도 더 높아져 그의 독자노선은 이제 점점 입지를 잃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가족 논란이나 스캔들 등 여러 구설에도 더 강공으로 나오면서 선두 수성엔 성공한 이 지사와 달리 똑같이 검증 공세에 맞서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떨어지는 이유는 이 지사보다 윤 전 총장이 도덕성과 공정성 등을 내세우며 정치에 발을 들였단 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미담이 많고 구설은 적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판함에 따라 더 이상 윤 전 총장만이 유일한 문 정부 출신 야권 대선후보도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온 보수진영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도 윤 전 총장은 22%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10%로 나왔다는 점 역시 윤 전 총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들이 보수진영 후보 적합도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20%선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부터 ‘해볼만 하다’고 판단해 지금보다 더 거센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민의힘 입당을 앞당겨 당내 선두주자로서 활동한다면 소속정당의 적극적인 엄호에 힘입어 지금보다 외부의 검증 공세로부터 안심할 수는 있겠지만 그가 바랐던 외연 확장은 이전보다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단순히 ‘좌향좌’, ‘우향우’식 대응을 하거나 여타 야권주자들도 똑같이 내놓고 있는 정부 비판 메시지로만 일관하기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부터 파악하고 이에 맞춘 차별화된 정책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다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