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화 시작할 시간 다가와”…北, 한미공군 연합훈련 겨냥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 열 올려“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남북정상이 8천만 겨레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한지 어느덧 3년”이라며 “오랜 숙고를 끝내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판문점선언의 토대 위에서 불가역적인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단 문 대통령만이 아니라 이인영 통일부장관도 지난 27일 경기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민간 주도로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 3주년 기념행사’에서 북한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형식에 구애됨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날 두 정상과 온 겨레의 바람만큼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고 있지 못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장관은 코로나19 방역 등 보건의료협력 분야부터 민생협력으로 확대해가는 포괄적 인도협력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북한이 도쿄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체육행사 등 다양한 남북관계를 재개할 방안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바로 다음 날인 28일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남북 생명·경제공동체 추진 방안’ 토론회에선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겠다. 그 시작은 인도적 협력 분야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남북협력기금에 관련 예산을 이미 반영했고 즉각 시행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했다”고 대북식량지원 계획을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장관은 “인도적 협력은 한 순간도 멈출 수 없고 정치, 군사, 안보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해나가야 한다. 남북 간 생명·경제공동체를 함께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보건의료협력, 민생협력 등 인도적 협력을 일관적으로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여기에 당정 뿐 아니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27일 ‘4·27판문점 선언·북미정상회담 3주년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모색’을 주제로 연 학술회의 영상 개회사에서“먼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현재 대북 정책 성안 중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미 대북정책이 북한으로 하여금 회담에 나올 수 있는 방향으로 틀이 짜이도록 권고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며 “미국을 설득해 북한이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금년 상반기 중 북미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부의장은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논리를 개발하고 정리해주면 그것을 청와대에 건의 형식으로 보고할 것이다. 5월 한미정상회담에 중요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다만 방법론에 있어선 같은 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쪽도 나와 갑론을박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8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만나기도 했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선 오히려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미국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27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주최한 ‘4·27 판문점선언 3주년 기념식’에서 “남북관계 발전이 우선이 아니라 북미대화에 기대고 비핵화를 앞세워 발목이 잡힌 꼴”이라며 “미국의 간섭과 방해를 단호히 거부하고 자주와 평화, 민족의 대단결을 위해 싸워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북한 역시 대화 재개를 호소하는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호소엔 답하지 않은 채 미국과의 연합공중훈련을 비판하는 입장만 내놨는데,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8일 한미 공군의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꼬집어 “우리에 대한 군사적 적대 행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실은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린하고 정세를 더욱 위기로 몰아오는 주범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며 “불장난 소동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온 겨레의 총의에 정면 도전하는 무모한 군사도발행위”라고 역설했다.
다만 이 매체의 비난대상이 과거 김여정 담화문처럼 문 대통령을 겨냥하는 정도는 아니었고, “남조선 군부 호전광”이라든가 “군부의 호전적 망동” 등 오로지 우리 군만을 지칭했다는 점에서 대화의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 남포 해군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정황을 포착했다고 위성사진 분석 결과 보고서를 공개한 데 이어 우리 합참도 지난 26일 “현재 북한이 기존 잠수함을 개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한 신형 잠수함으로 추가 도발에 나서고자 명분을 쌓으려는 행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