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하드코어 랩밴드 Hip Pocket의 스페셜앨범 "IDENTITY"

혼란된 자아에의 고뇌, 도전적인 음악 속에 녹여낸 "IDENTITY"99년 데뷔앨범을 발매한지 4년만인 2003년 7월.이름하여 '뉴 하이브리드 록' 이라는 아직 생소하게만 들리는 음악장르를 내세워 스페셜 앨범을 발매한 힙포켓. 타이틀 곡 Transfer는 국내 최대게임업체 한빛소프트의 초대형 온라인게임 "탄트라"의 영상을 뮤직비디오로 사용하면서 벌써부터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기타리스트 노병기의 원맨밴드로 전환, 실력파 뮤지션들이 객원으로 참여한 힙포켓의 새 앨범 "IDENTITY"는 스페셜 앨범이라지만 결코 가볍지 않으며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만났다는 신선한 기쁨을 안겨준다. 이번 스페셜 앨범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점은 세기말과 뉴 밀레니엄의 불안과 기대가 한창 문화적 트렌드가 되었던 99년 당시 발매된 첫 앨범에서 어느 정도 감지되던 타인을 향한 어린 비난('같잖은 것들.. 사라져야 할 것들..' 따위의 가사) 일테면 반항과 퇴폐미에서 나아가, 전체적으로 자아성찰을 추구하는 가사들로 랩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지닌 이들의 우려를 쇄신할 만한 진지함이 많이 덧씌워졌다는 점이다.하드코어와 미래적 사운드, 다양한 음악실험앨범의 포문을 여는 1번 트랙, 인스트루멘탈 <共>. 국악과 양악의 퓨전화를 시도하여 오리엔탈의 신비감이 깃든 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곡은 '슬기둥'의 장재효가 함께 참여하여 월드뮤직 성격이 가미된 충격적인 사운드로 청자들을 유쾌한 혼란으로 초대하면서 힙포켓의 음악세계에의 궁금증과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헬리콥터 프로펠러 소리, 동굴 속의 물방울 소리가 연상되는 음향효과와 인도 풍의 구음 속에 스크래치와 전자음으로 인두스트리엘한 느낌까지 가미되어 인상적이다.이번 앨범의 성향을 가장 명쾌하게 보여주는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두 번째 트랙인 도 동양 중세전설의 환타지를 테마로 한 게임(탄트라)의 영상과 묘하게 매치되는, 거친 기타리프와 절규 혹은 체념하는 듯한 보컬이 방울을 연상시키는 전자음에 뒤섞이는 매력적인 곡이다. 느리고 묵직하면서 감미로운 멜로디라인을 지닌 이 곡은 5번째 트랙에서 객원보컬 김이안에 의해 또 다른 가사와 보컬 어레인지를 통해 완전히 다른 버전으로 탄생됐다. "버려야만 얻을 수 있는 걸 나는 찾았어. 너희가 없는 그 빛을 난 봤어. 일어섰어, 상처 입은 나의 세계와 오만한 너의 웃음들을"이라 읊조리는 노병기의 보컬과 새로운 버전에서의 "내 낡은 기억의 미로를 헤맨 뒤에.. 널 찾아갔지. 마른 심장으로, 막힌 기억으로 살아야 하나" 라는 가사도 청자들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어쿠스틱 기타선율이 이뤄내는 블루지한 느낌의 3번 트랙 는 잔잔한 멜로디 속에 간간이 들리는 '포티쉐이드' 풍의 묘하고 음울한 스크래치가 관통되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초연한 듯 거친 목소리가 매력인 노병기의 보컬은 5분이 넘는 동안 청자들을 나른한 정적으로 초대한다. 는 전자음이 주가 되어 편안하면서도 미래적인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밝고 댄서블한 소품. 이주한의 트럼펫이 유쾌한 는 장난기가 녹아있는 톡톡 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지막 7번째 보너스 트랙 .은 지난 01년 3월 발매된 락 밴드들의 옴니버스 앨범 "hero 愛 rock"에 수록되었던 곡을 하드코어 풍의 기타 톤과 용감무쌍한 변화가 시도되는 비트의 재미를 살려 댄서블하게 편곡한 곡.힙합, 테크노, 록의 요소 요소들을 조합, 차용하여 크로스오버적인 신개념의 음악을 추구하면서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한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불운한 전사, Hip Pocket의 2집 앨범을 기대해 본다. 국내 록음악사 필청음반 반열에 올라국내 록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97년, 무당벌레가 그려진 앨범재킷으로 매니아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그룹 '게임오버'의 기타리스트였던 '노병기'를 중심으로 베이시스트 백중현, 드러머 김상윤으로 구성된 하드코어 랩밴드 '힙 포켓'이 결성되었다. 99년 11월 드디어 동명 타이틀앨범 "힙포켓"으로 정식 데뷔한 이들은 당시 드물게 3만여 장의 판매고를 올리고, 노병기는 그 해 음악전문지 '핫뮤직'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100으로 선정, 앨범은 당해 한국 경향신문사 선정 "99년 최고의 명반" 한국 음악비평가 모임 Muze가 뽑은 "신인부분", "최고 명반" 부문에 선정되는 등 국내 록을 논할 때 필청음반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조금은 공격적이고 회의적인 색채를 지녔던 힙포켓 1집은 타이틀곡 '머리독'을 비롯해 수록곡의 거의 전 곡 ('Pump It Up', 'D-Day', '모든 것이 잘 될 거라..', '악마의 인형(새벽 3시)', 'To Go or Not To Go', 'Everybody To Die') 이 공중파방송 금지를 당했고 이에 이들은 지난 5월 있었던 'Hi!서울 페스티발' 등의 대형 락공연 및 매월 1회 이상의 라이브 활동에 매진하며 고분분투 해왔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대어그러다 지난 달 노병기의 원맨밴드로 전환, 전작보다 조금 더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 스페셜앨범은 경인방송의 음악전문방송인 <조경서의 음악느낌>에 애청곡 리스트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참여뮤지션들의 면모도 더욱 화려하게 보강되었다. 슬기둥의 장재효는 현 타악그룹 "푸리' 멤버로 활약 중이고 DJ Wreckx는 한국 최고의 힙합DJ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인물이며 트럼펫의 이주한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실력파 재즈뮤지션. 새로운 베이스 멤버로는 권용현이 드러머는 객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데뷔 당시 중앙일간지 리뷰에 '로큰 랩' '랩메탈 밴드'라고 표현되기도 한 하드코어 랩밴드 성향의 힙포켓. 그들의 음악은 한마디로 구분 짓기 정말 힘들다. 실제로, 전화인터뷰에서 노병기는 "힙포켓은 특정 음악장르를 의도, 추구하며 작업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이들의 음악은 랩이라는 표현의 공통점 안에서 전형적인 하드코어 밴드성격을 보이다가도 때론 정통 하드록이 가미된 모던 록 성향까지 톡톡 튀는 감성의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힙포켓의 색채는 우선, 남성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원맨밴드로써 전곡을 작사, 작곡하고 기타 & 보컬/랩까지 담당하고 있는 노병기 개인의 카리스마도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가면서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분위기가 전환, 양분되는 수록곡들의 어레인지 상의 불균형은 아쉬운 점이다. 1집 발매 이후 팬들이 기대려온 2집 앨범에 대해 노병기는 "이번 스페셜 앨범은 정규 2집 앨범 (현재 작업 진행 중)에 앞선 신호탄으로 2집 앨범은 9월 중 발매예정에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남긴다. 1. 共 (Feat. 장재효. Scratch DJ Wrecks) 2. Transfer3. After Life (Scratch DJ Wrecks) 4. Code5. Transfer (Feat. 김이안) 6. A Hen Broods (Trumpet and Trombone by 이주한/우창우, Scratch DJ Wrecks) 7. Set Up (Feat. 김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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