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울화병 한바탕 풀어보자

가식 벗어 던지고 모두 모여!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산재해 있는 하루 하루. 더 이상 못 참겠다싶으면 인터넷세상의‘난지도’를 표방하는 최초의 스트레스해소‘욕설’사이트 이 곳, '시발’(cibal.co.kr)을 찾아가자. 본 사이트는 개설 한달 만에 회원 10만 명을 모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적자생존의 시공간, 현대사회에는 하루에도 열 번쯤은 스트레스 받을 일들이 널려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가장 가까워야 하는 가족들과 친구, 사회생활 속 상하관계에까지 자신들의 맘을 몰라주고 커뮤니케이션은 잘되지 않아 오해가 일고 이기주의를 고집하는 사람들로 피곤한 사례들이 빈번한 것이다. 이러한 때 대한민국 모든 울화병들을 마음껏 풀어주겠다는 모토를 지닌 사이트가 개설돼, 사이버세상을 항해하는 네티즌들의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공간으로 명성을 얻고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지난달 16일 문을 연 욕설사이트 시발닷컴(http://www.cibal.co.kr). "욕하고 싶은 사람 다 모여” "누구에게나 욕하고 싶은 순간이 있죠. 그때는 주저말고 우리 집으로 오세요. 그러면 당신 안의 모든 스트레스를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는 동시에 많은 네티즌이 당신의 편이 되어줍니다”라고 말하는 본 사이트의 기획제작, 서비스 업체인 NIT Communications http://www.nitworld.com)대표 안형렬 氏. 출근길에는 끔찍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회사에서는 실적이 저조하다고 핀잔을 듣고 주부들은 하루종일 가사노동에 시달려도 아무도 인정해주지도 않고, 무시하는 가족과 사회분위기에 속상하다. 지친 몸으로 휴식시간을 가지려 TV뉴스를 켜면 국회의원의 반복되는 말 바꾸기를 또 봐줘야 한다. 이렇게 인내심을 시험하며 밀려드는 스트레스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심히 우려된다. 이름 그대로 전적으로 욕하는 공간을 표방하는 욕설사이트인 시발닷컴 사이트는 입 소문을 듣고 몰려든 스트레스에 치이는 네티즌들로 개설 한 달 만인 7월 중순 현재, 11만 명이라는 대규모의 회원이 가입한 바 있고 게시물 조회 수는 500~1000회를 상회하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에는 하루동안에만 만 명이 가입하는 바람에 서버가 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언론의 관심도 지대해 화제의 사이트로 선정되어 각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욕설 '꾼'들의 열 가지 계명 국내 최초의 욕설사이트인 <시발닷컴>입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이트 10계명의 관문을 거쳐야한다. 픽업 창으로 보여지는 계명의 첫째는 '난지도는 하나면 충분하니 다른 사이트에 욕하지 말라'라는 것. 그 외로는 '아류사이트를 만들지 말라', '욕하는 대상의 형상을 올리지 말라', '네 이웃을 욕하지 마라', '혹시라도 네 이웃이 너를 욕하더라도 탓하지 말라', '특정인의 이름을 들먹이지 말라'(-개들도 자기 이름으로 욕한다고 화낼 것이다.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다.) 또 '부모를 욕하지 마라', '거짓 욕을 하지 마라', '탐내지 마라', '안식일을 만들어라'(-아무리 욕이 재미있어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쉬어야 한다는 것) '욕지거리를 너무 봤다싶으면 눈을 씻으라' 등이 뒤를 잇는다. 이 들 재미난 계명들은 격이 있는 진정한 욕쟁이들이 견지해야 할 기본수칙들인 것이다. 하부직원들의 마음을 알고싶은 상사라면 이 중 'X발, 더러워서 안 다녀' 라고 외치는 '직장과 일' 코너에 들러보라. 약자들의 한풀이 아지트, 다양한 창구 매력본 사이트 내 다양하게 구성된 섹션도 톡톡 뛰는 유머감각이 엿보인다.하부직원들의 마음을 알고싶은 상사라면 이 중 'X발, 더러워서 안 다녀' 라고 외치는 '직장과 일' 코너에 들러 보라. <'여자로 태어난 게 죄냐- 여자로 살아가기>, <니들이 남자의 마음을 알아- 사나이로 태어나서>, <세상이 어찌되려고 요지경이나?- 세상은 요지경>, <너는 학교에서 뭐 배우냐- 학교종이 땡땡땡>, <자아비판, 야 이 시발 넘 들아'- 시발시발'> 등 이름도 재미있는 각각의 카테고리들은 비슷한 입장에 처해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하소연에 공감, 위로를 줄 수 있다. 또한 욕쟁이네티즌들의 지적욕구의 충족을 위해 실상 그 뜻도 모르면서 흔히 일상에서 내뱉는 욕들에 대한 정확한 사전적인 정의를 설명해주고도 있으니 이는 바로 '시발의 뜻도 모르면서 무슨 욕을 해' 코너. 예를 들어 '칠뜨기'란 표현은 도대체 어떤 어원과 에피소드들을 지니고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들을 해소해주는 코너다. 본 사이트는 개인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차원에만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주제가 있는 시발’란을 통해서는 우리사회 이슈를 함께 고민하는 일반인들의 속마음을 촌철살인적인 재치가 담긴 솔직한 표현들로 접해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150억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구속 수감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도마에 올라 네티즌들이 심판을 받은 바 있고 뒤를 이어 '사장이 직원을 먹여 살릴까? 직원이 사장을 먹여 살릴까'라는 주제로 설전이 벌어진 바 있다. 비록 조금은 거친 표현으로 의견을 개진하고는 있지만 마치 진흙 속의 연꽃처럼 본질적으로는 더욱 건강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소망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다. 타인을 욕하기 전 자신부터 반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아비판 코너>에는 'X같은 세상이 문제냐? 나의 무능력함이 문제냐?'는 우리시대 서민들의 삶의 무게가 녹아있는 하소연이 눈에 띄어 서글픈 미소를 자아낸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욕해라" -욕설의 순기능 공간 그러나 이러한 욕설사이트에 대해 반대여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우선 욕설사이트 회원가입에 나이제한이 없어 초등학생 등 청소년들이 주회원 층을 이루며, '욕설사이트’란 이름만으로 난무하는 욕설들을 용인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화명 이빠이는 "조PD나 에미넴처럼 품격 있는 욕설을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이 글을 남기고 바로 탈퇴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들은 사회의 편견과 부조리에 대한 냉소와 가슴 시원한 해학이 담긴 욕들보다는 육두문자 자체를 위한 욕들도 보여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입장이다. 또 이 곳에서 점잖은 소리하면 오히려 과격한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집단행동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곳은 '이 곳을 통해 스트레스를 모두 해소하되 다른 사이트까지 욕지거리로 더럽히는 일은 절대 하지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있어 본 취지 그대로라면 역설적으로 이 사이트는 사이버세상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정화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욕을 하는 행위에는 순기능도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또한 간과할 수 없다. "비방이 아닌 비평성격의 욕은 말하는 사람에게 해방감을 줄 뿐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소중한 비판의 소리가 될 수 있죠." 사이트 운영자인 NIT 대표 안형렬씨(35)의 말이다. 한국인에게 욕을 하는 것은 한풀이 행위인 동시에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명내기도 될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사투리성격이 짙은 악의 없는 푸짐한 욕설들은 선조들의 감칠맛 있는 언어감각에 정겨움까지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욕 또한 풍성한 모국어의 일부분인 것이다. 또한 본 욕사이트는 대한민국 남녀노소 아무도 괄시, 차별하지 않으며 억눌렸던 분노의 감정분출에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이를 포용하는 사이트다.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 만인을 평등하게 대접하는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비방 배설구 아닌 승화된 비평공간으로NIT Communicaitons(http://www.nitworld.com)안형렬 대표는 "이 곳은 욕하면서 화를 푸는 공간이지 이 곳에서까지 흥분해서 서로간 시비 거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 사이트이용의 첫째 전제조건임"을 강조한다. "시발은 여기저기서 채이고 힘없어서 당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아픔을 달래는 동병상련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또 “꼭 욕을 하고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도 우리사이트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아, 이런 것들을 조심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국내 욕설사이트 개설로 아류사이트들이 양산되어 인터넷에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역할이 될 수 있다는 문제에도 책임의식을 느낀다. 이에 보다 건전한 공간으로 꾸밀 수 있도록 현재 게시판에 분류제를 도입, 제작 중에 있으며 성인물 등 광고성 글은 즉시 시발휴지통으로 옮긴다. 또한 성인용 글은 청소년보호를 위해 메인 페이지 내 하드코어로 옮겨 로그인한 회원들만이 게시 가능토록 하는 등의 나름의 수위조절장치를 갖춰놓고 있으며 역기능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작업을 하고있다. 대중들의 관심이 일시적으로 집중된 냄비인기현상이 아닌, 진정으로 본 사이트가 건전한 자정기능을 확보하고 약자의 편에 선 의식 있는 비평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가능성의 문제의 99%는 이용자들의 의식수준과 이용태도에 달려있다. 기존의 욕설 사이트가 생명력이 짧았던 가장 큰 이유 또한 비판성이 전혀 없는 비난의 글들만 난무하고 그 비난의 글에 또 비난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이 부분이 시발 운영자들에게 주어진 남은 10%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안 대표는 "원색적 비난이 아닌 대안을 만들어내는 비평문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과도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스트레스를 글로 풀어내는 건강한 정화작업을 통해 기존의 언론이 시도하지 못하는 전혀 다른 시각의 제 3 비평 문화공간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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