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만 가까스로 플러스 수익률 기록
은행·생보사 ‘울상’, 증권사는 ‘암담’

대다수 퇴직연금 운용사의 2분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픽사베이
대다수 퇴직연금 운용사의 2분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픽사베이

[시사신문 / 임솔 기자] 최근 퇴직연금 규모가 고속성장하면서 금융사들이 앞다퉈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퇴직연금 수익률이 급감해 정기 예금 이자보다도 낮은 데다,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10%대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가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규모는 29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5.7%(40조1000억원) 증가한 수치로, 2014년 말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연평균 15.6%씩 늘어나 7년여 만에 세 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 보험사, 증권사 모두 올해 들어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해 수익률을 제고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메시지를 읽는 가입자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은행 중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곳들의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의 경우 평균 1.01%에 불과해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의 경우 각각 -0.15%, -3.46%를 기록, 전년 동기에 2.71%, 4.01%를 달성했던 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보험사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감원에 수익률을 공시하는 퇴직연금 운용 생명보험사 10개사의 2분기 수익률을 살펴보면 확정급여형은 1.32%, 확정기여형은 -0.18%, 개인형IRP는 -1.22%였다. 은행권보다는 비교적 높지만 저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손해보험사(6개사)는 확정급여형(1.81%), 확정기여형(1.21%), 개인형IRP(0.89%)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체면치레는 한 상태다.

증권사는 수익률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형IRP만 운용하는 한국포스증권을 제외한 13개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은 확정급여형 0.67%, 확정기여형 -5.15%, 개인형IRP –5.62%다.

특히 증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확정기여형의 수익률이 바닥을 기었다. 실적이 가장 나쁜 신영증권은 -9.20%였고, 삼성증권(-7.34%)과 미래에셋증권(-6.92%)도 -7%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하이투자증권(-1.01%)과 현대차증권(-1.76%)이 -1%대로 선방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20% 넘게 폭락했고 외국 증시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며 “확정기여형과 IRP는 증시에 영향을 받는 구조라 수익률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외국의 경우 퇴직연금 운영경험이 풍부한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가입자의 적절한 선택을 유도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의 사회적 책무라는 인식하에, 오래전부터 퇴직연금제도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운영해 왔으며, 연 평균 6~8%의 안정적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그간 퇴직연금제도는 낮은 수익률 문제 등으로 근로자의 노후준비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지난 4월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와 적립금운용위원회,그리고 7월에 도입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를 빠르게 현장에 안착시켜수익률 제고뿐 아니라 퇴직연금제도가 근로자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간 경쟁 제고 등을 위해 사전지정운용방법의 운용현황 및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탈을 통해 공시할 예정이며, 사전지정운용방법을 3년에 1회 이상 정기평가해 승인 지속여부를 심의하는 등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및 관리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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