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죽이겠다' '린치를 가하겠다' 등 협박 전화 수십건 달해

지난해 9월 17일 북한이 일본인을 납치한 이후 온갖 협박과 폭행이 재일조선인에게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지구촌동포청년연대(KIN) 주최로 열린 '한국·재일조선인 긴급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재일조선인 3세이자 시사평론가인 신숙옥씨는 일본이 재일조선인에게 가하는 폭력의 참상을 자세히 소개했다.재일조선인 협박 사건의 30%는 중고등학생이 가해자신숙옥씨는 "일본 사회에서 조선인은 한국 국적을 획득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며 "조선인이라는 이 레테르, 딱지는 일본사회에서 인종차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신씨는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 이후 2001년 7월 13일 히로시마시 니시구 거리에서 한 조선학교 여학생이 납치된 사건을 사례로 들며 "이 사건의 기사화를 즉시 정지시킨 것은 다름 아닌 모방 범죄를 우려한 조선학교측이었다"며 1989년 '파칭코 의혹' 당시 재일조선인 협박.폭행사건이 한 달에 80건, 1994년 '미사일의혹' 때 160건, 1998년 '대포동소동' 때 58건이었으나 경찰 조사도 미미할 뿐 아니라 검거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작년 9월 17일 북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두달 사이에 319건에 이르렀고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에 따르면 협박 및 폭행사건 85건 중 약 30%는 중고등학생이 가해자였다고 전했다.유엔(UN)과 미국에 이어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은 신씨는 "이 문제를 민족주의가 아닌 인권 문제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며 "한일 양국이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폭력을 받는 주체는 다름아닌 조선인이다"고 말했다.일본 정부 'UN 권고' 무시신씨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UN아동관리 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 등 관련 위원회의 권고를 일관되게 받고 있지만, 이를 전혀 따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신씨는 또 "재일조선인의 90%는 일본인 이름으로 살고 있으며, 이는 식민지 시절 창씨개명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며 "재일조선인은 일본, 한국에서도 선거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1표도 가지고 있지 않는 재일조선인이 어떻게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특히 한국은 지난 65년 일본과 체결한 한일협정을 통해 동포들을 방치한 상태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내달 일본방문을 예정하고 있는 노 대통령에게 ▲재일동포에 대한 협박·폭행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언급 ▲도쿄·교토 한국학원을 비롯한 일본내 아시아계 외국인학교 졸업생이 일본대학 입학자격을 인정받고 재정보조금도 받을 수 있도록 공식 언급 ▲올 9월 1일 관동대지진 80주년 위령제 참석 ▲재일동포와의 면담 등을 요청했다.김희선 의원 '조선인 문제 해결에 노력''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의 김희선 의원(민주당)은 "재일조선인들이 일제 때부터 90년, 분단이래 50년 차별의 역사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도 민족교육을 앞세워 차별에 맞서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그동안 고향방문조차 자유롭게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오늘날 일본이 가해.범죄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일본인 이성과 양심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 모임'을 중심으로 조선인 문제 해결에 한국정부의 노력을 촉구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거사 청산을 위해 일본 정부와 의회의 노력을 촉구하는 다양한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김광열 한일민족문제학회 회장은 "아직은 한국사회가 '민족'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냉전적 시각을 넘어 '한민족 전체의 대승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인도적 차원의 항의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와 언론의 역할을 촉구했다.배덕호 KIN 집행위원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정부는 언제까지 재일조선인을 한일외교의 흥정거리만 바라볼 것인가. 과거 재일조선인에 대한 기민·감시정책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정부 정책의 현실이 참으로 한탄스러울 뿐이다"며 "재일조선인 어린이들이 일상적인 폭력이 시달리는 등 점증하는 피해 사례들이 언론에 내비쳐지는 사태에 이르렀음에도 한국 정부는 계속 팔짱만 끼고 수수방관할 것인가"고 밝히며, 참여정부의 자국민 보호 의무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한국 정부 역사적 과오 직시해야"회견을 마치고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일본의 재일조선인 탄압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신씨는 "차별로 인한 공포심"이라고 규정하면서 "식민지 당시의 재일조선인 멸시정책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일본 사회가 패닉(Panic, 공황)에 빠진 것은 북한 안에서 일본사회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고 분석, 북한 체제와 일본 천왕제의 세습제의 공통점에 주목했다.신씨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며 "납치, 감금, 강제매춘을 당했던 위안부 여성들 중 일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돈을 받았다. 그 돈은 조선인의 눈물과 땀과 피해의 대가다"면서 "그 대가를 향유한 것은 한국 정부다. 대가를 향유한 한국 정부는 역사적 과오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숙옥씨는 자신의 발언이 끝난 이후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 2002년 9월 17일 이후 보도된 구체 사례들·9월 17일 오사카시 조선초급학교에 '학생을 죽이겠다'는 협박 전화, 그 밖의 조선학교에도 같은 협박 전화(도쿄신문)시즈오카 초중급학교에 '수개월 이내에 학생들에게 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전화가 이어짐. 학교는 18일 임시휴교를 결정하고 19일 이후에는 치마저고리를 입지 않도록 결정(시즈오카)가나가와 초중급학교에 '조선으로 돌아가라' '납치문제를 어떻게 할거냐'는 등 약 30통의 협박전화(마이니치신문)도호쿠 초중고급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조선인은 돌아가라' '납치하겠다' 는 등의 글이 끊이지 않음. 3페이지에 걸쳐 '죽어라'는 말을 되풀이한 글이 올라오기도.(가와기타신보)이외 3건·9월 18일 아침, 오사카 초중급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등교 중 중년여성으로부터 아무말 없이 등을 밀려 다침, 오사카시내 다른 학교에서는 치마저고리를 입고 자전거로 등교하던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한 남자로부터 돌을 맞음.(아사히신문)아침, 등교 길 버스 안에서 가나가와 초중고급학교 여학생을 한 남자가 '이 조선 학생들이'라며 소리를 치고 걷어참. 이 학교에는 '조선인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가만히 두지 않겠다' 등 협박전화가 약 30건 걸려옴(가나가와)히로시마 초중고급학교에서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조선에 돌아가라' '너희들은 짐승들이다' 등의 글이 12건, 김정일 총서기의 이름으로 '납치했다'라는 말로 화면을 가득 채운 악질 메일(츄고쿠)·9월 19·20일교토 중고급학교를 포함한 3개 학교에 '학생을 죽이겠다'는 등의 협박전화, 무언 전화. 19일 저녁에는 귀가하던 중2 여학생에게 일본 여학생들 3명이 '나가라' 등의 폭언을 퍼부음(교토)'치마저고리를 사복으로 바꿔 입어도 이쪽에서는 다 보고 있다'라는 협박 편지가 도착한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와 사아티마 조선유치원이 27일 저녁, 긴급 기자회견 개최, 등하교하던 여학생들이 남자들 여러 명으로부터 '조선인이지. 나쁜 짓을 해주겠다'고 폭언, 홈페이지도 '졸려 죽이겠다' '린치를 가하겠다'는 등의 글이 계속 올라옴(마이니치 신문) 이외도 수십건의 협박 사건이 발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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