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선물 안긴 정의선…현대차그룹, 4년간 美에 31조원 투자

백악관서 전동화·철강·에너지 전략 발표 트럼프 “훌륭한 기업, 인허가 문제시 직접 해결 ”

2025-03-25     강민 기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 유튜브

[시사신문/ 강민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공급망 재편과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28년까지 총 210억 달러(약 30조 8700억원)를 투자한다.

정의선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직접 향후 4년간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기업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에서 대미 투자를 발표한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대차를 훌륭한 기업이라며, 인허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직접 해결해주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투자는 미래차 생산 확대, 첨단 철강소재 현지화, 차세대 기술 및 에너지 인프라 구축까지 그룹 핵심 사업 전반에 걸쳐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자립적인 공급망 체계를 갖추고 글로벌 제조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투자는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우선 자동차 부문에는 총 86억 달러가 투입된다.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 HMGMA(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는 현재 연간 30만 대에서 향후 50만 대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기아 조지아 공장까지 포함해 미국 내 총 120만 대 생산 체제를 완성할 예정이다. 기존 공장에는 스마트팩토리 설비와 전동화 라인을 강화한다.

철강 부문에서는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 제철소를 신설한다. 이에 58억 달러가 투입된다. 이 제철소는 직접환원철(DRI)부터 열연·냉연 생산까지 전 공정을 갖춘 미국 내 최초 전기로 일관 제철소다.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다. 이는 현대차·기아는 물론 북미 완성차 메이커를 겨냥한 전략적 투자다.

미래산업 및 에너지 부문에는 63억 달러가 집행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로보틱스, AI(인공지능), A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보스턴다이나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 계열사를 통해 기술 상용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SMR(소형모듈원자로), 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투자해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미국 투자를 통해 제조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한미 간 산업 협력 모델을 더욱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진출한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라며 “철강과 부품에서 완성차까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미국 산업 리더십에 대한 공동 비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현지화를 통해 미국 산업의 미래에 더욱 강력한 파트너가 되겠다”며 “기술, 사람,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장기적 성장을 실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