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권한대행, 국가범죄특례법 등 3건 재의요구권 행사
“국회에서 위헌 요소들 보완해 달라…더 바람직한 대안 다시 논의해 보자”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방송법 개정안과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처리된 3건의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법률안들을 깊이 있게 검토했으며 3개 법률안에 대해 불가피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며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 특례법은 위헌성 있는 요소들을 국회에서 보완해 달라는 요청이며 초중등교육법과 방송법 개정안은 국회가 정부와 함께 더욱 바람직한 대안과 해결책을 다시 한 번 논의해 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반인권적 국가범죄를 새로이 규정하고 형사처벌 공소시효를 배제하거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적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범죄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 “그대로 시행되면 헌법상 기본원칙인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민생범죄 대응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크다”며 “살인 등 강력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 배제 등 특별한 취급을 해야 마땅하나 공무원의 직권남용 등에 대해 이런 범죄들과 동일한 취급을 하는 것은 적법하게 직무 수행한 공무원, 나아가 공무원의 유족까지 무기한으로 민사소송과 형사고소 및 고발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내년부터 초등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전면 도입될 예정이었던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자료로 격을 낮추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선 “우리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미래 준비, 나아가 국가경쟁력에 치명적 타격을 초래할 수 있으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이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게 된다”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강행 추진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국회와 교육 현장의 우려에 귀 기울여 디지털 과몰입 방지를 위한 대응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AI 디지털 교과서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입 과목과 그 시기도 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최 대행은 한국전력이 KBS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결합해 징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선 “다시 수신료 결합징수를 강제하게 되면 국민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소중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 확보 문제는 수신료 징수방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며 “정부는 공영방송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민들께서 분리 징수와 통합 징수 중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최 대행은 야당이 두 번째로 강행 처리한 내란 특검법은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채 결정을 유보했는데, 내란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달 2일까지인 만큼 오는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법안을 상정할 가능성이 크지만 앞서 여야 합의안을 마련할 것을 재의요구 이유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야당 일방 처리를 문제 삼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 부담 완화와 중소기업 투자 부담 경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산적한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 반도체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안 등의 입법은 우리 기업들이 너무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국회·정부 국정협의회를 하루 빨리 가동해 민생·경제 핵심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정치권, 기업 등 온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야 대내외적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국회에 입법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어려운 민생 지원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투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정치권 뿐만 아니라 지자체, 경제계 등 일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선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원칙 하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