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尹 “강압적 진행 개탄”

윤 대통령 “공수처의 수사 인정하는 것 아냐…유혈사태 막기 위해 일단 응해”

2025-01-15     김민규 기자
3일 윤 대통령은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비정상적인 폐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시사신문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43일 만인 15일 현직 대통령으로선 헌정사상 최초로 체포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게 됐다.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33분 한남동 관저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는데, 형사사소송법상 체포영장 집행 시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하는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송차량이 아니라 경호차량을 타고 과천에 있는 정부종합청사까지 이동한 윤 대통령은 공수처 후문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곧바로 들어갔는데, 앞서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공수처로 출발하기 전 자신의 입장을 담은 영상 메시지를 내놨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저는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 국민 여러분, 아무쪼록 건강하고 힘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