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윤 대통령 ‘시정연설 불참’ 비판···우원식 “국민 권리 침해”

이재명 “대통령이 해야 할 책임 저버린 것, 도저히 납득 어려워” 한민수 “尹, 불통 정치·마이웨이 정치 하겠다는 ‘불통 선언’인 것” 조국 “윤 대통령, 국민의 대표자 만날 용기조차 없는 쫄보인 것” 與도 비판, 배현진 “이해할 수 없는 정무적 판단”·한동훈 “아쉬워” 우원식 국회의장 “尹 불참은 온당치 않아, 강력한 유감의 뜻 표해”

2024-11-05     이혜영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부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여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형태로 진행되자 여야의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의 큰 온도 차를 보였는데, 특히 야권에서는 “삼권분립 민주공화국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을 저버리는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과 관련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국정운영 방안을 입법 기관이자 예산 심사 권한을 가진 국회에 보고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하면서 “윤 대통령은 국정기조를 전면 전환하고 소통·통합·쇄신 행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같은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국회 개원식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도 불참하는 윤 대통령은 한마디로 오만, 불통, 무책임만 있는 불통령”이라며 “민주공화국의 대통령 자격이 없다. 장님 무사는 이제 그 칼을 내려놓으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불참하는 것은)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에 대한 무시이자 모독”이라고 규정하면서 “여전히 불통의 정치·마이웨이 정치를 하겠다는 ‘불통 선언’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한 윤 대통령을 향해 “앞서 국회 개원식에도 오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자를 만날 용기조차 없는 쫄보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불참 행보에 대해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는데,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대통령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쓴소리에 가세했다.

이어 배 의원은 “최근의 각종 논란들이 불편하고 혹여 본회의장 내 야당의 조롱이나 야유가 걱정되더라도 새해 나라 살림 계획을 밝히는 시정연설에 당당하게 참여하셨어야 한다”며 “지난 국회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이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마찬가지로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못마땅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정치권 일각에 따르면 한 대표는 대통령실을 향해 꾸준하게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 의견을 전달해 온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11년 만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다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대독 형태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최근 야권에서 명태균 녹취록 사태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고리로 한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장외 집회 등을 펼치고 나선 상황이라 공격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야권의 거센 공세 태도가 참석 여부에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시선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윤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대통령께서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국회에 대한 존중인데, 불가피한 사유 없이 연설을 마다한 것은 온당치 않다”며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 의장은 “시정연설은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예산 편성 기조와 주요 정책 방향을 국민께 보고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하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수장으로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우 의장은 윤 대통령이 앞서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던 행보도 언급하면서 “민주화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로, (당시) 불참의 이유도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하며 “윤 대통령은 국회의 협력을 구하지 않으면 국민이 위임한 국정 운영의 책임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무겁게 직시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