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카이스트 졸업식 소동에···“사과탄 멘 백골단 다시 등장”

이재명 “민생파탄 책임 있는 정부·여당이 폭력적으로 국정 운영 해” 박지원 “경직된 유연성 없는 윤 정부의 차지철들 쳐내야 성공할 것” 졸업식에서 소란 피웠던 녹색정의당 대변인 “평소 생각 외쳤을 뿐”

2024-02-20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 훈 기자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민기 졸업생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정책에 반발하는 고성 항의 시위를 벌이며 소란을 피워 대통령실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가는 일이 발생하여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민생파탄의 전적인 책임 있는 정부·여당이 폭력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했단 이유로 소위 입틀막, 입을 틀어막고 강제로 끌어내는 사건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학 다닐 때 공포스런 장면 하나 있다. 소위 사과탄 가방을 멘 백골단이었는데,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며 “그런데 사과탄과 백골단이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기서 백골단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인 1980~90년대에 시위 현장의 군중들을 강제 진압하기 위해 동원됐었던 청색 자켓을 입은 사복경찰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 대표는 “해병대원 순직 사고가 발생한 지 오늘로 7달이 지났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도 박정훈 대령 입막음, 탄압만 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수사 외압 당사자인 신범철 차관은 (단수) 공천됐는데, 결국 ‘입틀막’ 공천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아울러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카이스트 졸업생 강제 퇴장 조치 사태와 관련해 “차지철 망령이 윤 대통령 주변에 다 깔려 있다”면서 “그전에 전두환 대통령이 할 때도 서울대 가니까 돌아서 버리고, 졸업식에서는 으레 있다. 해외에서도 있다. 그것을 슬기롭게 못하는 경직된 유연성이 없는 윤 정부의 ‘차지철’들을 쳐내야 윤 대통령이 성공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더해 박 전 원장은 “대통령이 R&D 예산 확 깎았다가 조금 올려놓고 거기 가서 젊은 과학도들 석사는 80만원, 박사는 110만원의 연구생활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말장난”이라면서 “젊은 과학도들이 한마디 했으면 그대로 넘어가면 좋은 거지, 경호 규칙상이라며 입 틀어막고 과잉 경호할 필요가 있느냐. 과거 차지철이 그런 짓을 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떤 말로를 맞았는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인 출신의 대통령경호실장이었던 차지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저격당했을 당시 함께 피살당했다.

한편 졸업식에서 강제 퇴장 당한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당시 항의 시위에 나선 것에 대해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며 “졸업식에 국무총리가 참석한다는 안내가 졸업식 이틀 전에 나왔고, 그때 피켓팅을 하겠다고 생각해서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바탕으로 부자 감세 기조를 철회하고 R&D 예산 삭감을 복원하라는 내용으로 피켓을 제작해서 당일에 들게 됐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한 것을 행사장에 도착해서 알았는데,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최대한 알리기 위해서 진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 대변인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피켓팅은 제가 있는 녹색정의당이나 다른 단체랑 전혀 계획한 바가 없고 저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하지만 꼭 그렇게까지 저를 끌어냈어야 했는가. 그리고 그 이후에 저를 행사장 근처에 있는 별실로 이동시켜 거기에 대기를 시켰는데 못 나가게 했기 때문에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 나아가 그는 “졸업생의 입장에서 그 장소에서밖에 말할 수 없는, 꼭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평소의 생각을 외쳤을 뿐”이라면서 “졸업식이라고 해도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헌법이나 법에서 정한 시민의 권리이다. 따라서 장내 질서를 위한 거라도 그런 권리를 뛰어넘어서까지 제가 제지를 받아야 한다는 거는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