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승차’ 갈등, 이준석 “적자 누적” vs 노인회 “유독 야박”
이준석 “지하철 적자 누적,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 “어르신 12만원 교통바우처, 모든 어르신들에게 혜택 가는 좋은 제도” “4호선 무임승차 가장 많은 곳이 경마장역···신분당선 판결 생각해야” 김호일 노인회장 “지하철 적자 요인과 노인 무임승차 상관관계 없어” “다른 나라도 다 면제, 유독 우리나라만 노인한테 이런 소리 하는가” “교통바우처?, 월1만원 꼴인데 한달 3회 정도만 외출하라는 얘기냐”
[시사신문 / 이혜영 기자] 개혁신당이 꺼내 들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놓고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설전을 벌였는데, 김 회장은 “지하철 적자는 방만한 경영이나 낮은 요금 문제에 있는 것이어서 노인 무임승차와는 관련 없다”고 주장하자 이 대표는 “승객이 늘어나면 관리비용이 늘어나고,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며 맞대응했다.
김 회장과 이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개혁신당의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주제로 치열한 토론을 펼쳤는데, 이 대표는 “지하철 운송 수입 자체가 거의 변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무임승차 비율이 올라가면서 지하철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이걸 알면서도 정치인들이 방치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공정성과 형평성 관점에서 “역세권이나 대도시권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노인분들은 오히려 제값 다 내고 대중교통 이용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는데, 이는 지하철 역세권과 대도시 생활권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형편이 나은 분들이 많은 반면에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비교적 형편이 나쁜 경우가 많을 수 있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셈이 됐다.
실제로 이 대표는 “교통약자 중에서 역세권이 아닌 곳에 사는 분도 많은데, 그분들에겐 오히려 지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지하철이 없는) 지방에 사는 분들한테도 혜택이 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제도’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대안으로 제시했던 ‘어르신 매년 12만원 선불카드 제도’ 도입에 대해 “택시·버스·지하철 어디든지 원하시는 데 쓸 수 있다. 종량제 성격의 교통 바우처가 끝난 다음엔 40%가량 할인된 요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제가 사회적인 개혁 아이템을 제시할 때마다, 개혁신당에서 논의를 시작할 때마다 ‘갈라치기·혐오’라고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어느 개혁 아젠다도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이 대표는 “최근 신분당선에서 행정소송을 내서 국가에서 노인 1인당 900원씩 국가가 세금을 메꾸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언급하면서, 더 나아가 “4호선 51개 지하철역 중 가장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이 ‘경마장역’인데, 이게 어떻게 젊은 세대에게 받아들여질지는 한 번 살펴봐야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김 회장은 “지하철 적자 요인하고 노인의 무임승차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지하철이 시발점에서 종점까지 갈 때 전기료가 사람이 탔든 안 탔든 똑같으니 적자 요인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회장은 ‘한강의 기적’과 ‘파독 광부’, ‘월남전’을 언급하고 나섰는데, 그는 “지하철을 건설한 것도 (지금의) 노인들이다. 또 광부나 간호사로, 월남전에 참전해서 달러를 벌어서 그 돈으로 만든 건데 그런 우대 차원에서 (무임승차 제도를) 해주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서 10대 경제 강국을 만든 것도 지금의 노인들”이라면서 “다른 나라도 면제하고 있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노인한테 이런 (야박한) 소리를 하는가. 다른 나라는 노인이 없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무엇보다도 김 회장은 “세월이 나를 노인으로 만들었지 따로 노인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고 설움을 토로하면서 “노인이든 청년이든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잘 되어 있는 제도를 깎아내리는 것이 정치 목표가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심지어 김 회장은 개혁신당이 대안으로 제시한 ‘연 12만원 교통카드’에 대해서도 “연 12만원이면 한 달에 1만원 꼴인데, 그러면 노인은 한 달에 3회 정도만 외출하라는 이야기이냐”고 발끈하면서 “그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다. ‘방콕’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고 못마땅해했다.